이익 99.7%는 반도체, 스마트폰 15년 역사에 처음 손실표
· 반도체 부문이 전체 이익 99.7% 독점, D램 가격 반기 내내 급등
· MX·네트워크 7000억원 손실, 스마트폰 사업 첫 분기 적자
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4~6월)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으로 테크 기업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동시에 스마트폰 사업부는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를 파는 사업부와 같은 메모리를 사서 쓰는 사업부가 한 회사 안에서 극단적으로 갈린 결과다.
분기 영업이익 89조5000억원, 엔비디아·애플 넘어선 역대 최고
삼성전자는 30일 2분기 확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이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미국 엔비디아와 애플이 각각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모두 넘어서는 테크 기업 전체를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이익의 원천은 사실상 하나다. 반도체 부문(DS)의 2분기 영업이익은 89조2000억원으로, 회사 전체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의 99.7%를 차지했다. 나머지 모든 사업부를 합쳐 올린 이익은 0.3%인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D램·HBM 가격, 상반기 내내 급등
반도체 부문 실적을 끌어올린 직접 동인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D램 등 메모리 가격은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올랐다. 2분기에도 1분기 대비 50% 이상 추가 상승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갔다. 품목을 가리지 않고 메모리 전반의 가격이 동반 급등한 결과, DS 부문 분기 매출은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9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다만 반도체 내에서도 명암은 갈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시스템LSI 부문은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호황이 비메모리 부문의 부진을 수치상 완전히 덮은 형국이다. 빅테크들이 메모리 대안 공급처를 찾아 나선 배경에는 수십 년간 이어진 가격 협상 구조의 균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 15년 역사에 처음 분기 손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2008년 옴니아, 2010년 6월 갤럭시S 시리즈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이후 16년간 MX 사업부는 2014년 중국 저가폰 공세, 2016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위기를 겪었지만 단 한 번도 분기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 기록이 이번 2분기에 처음 깨졌다. 스마트폰이 주력인 MX 사업부와 네트워크 사업부를 합산한 2분기 영업 손실은 7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이 두 사업부 실적을 합산 공개하는데, MX가 해당 사업부 전체 매출의 96~98%를 차지하고 영업이익도 대부분 MX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의 첫 분기 적자다.
손실의 직접 원인은 부품 원가 급등이다.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상반기 내내 치솟으면서 스마트폰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원가가 빠르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메모리를 파는 DS 부문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동안, 같은 메모리를 조달해 쓰는 MX 부문은 원가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 항목 | 반도체(DS) 부문 | MX·네트워크 부문 |
|---|---|---|
| 2분기 매출 | 127조5000억원 | 별도 미공개 |
| 2분기 영업이익 | +89조2000억원 | -7000억원 (사상 첫 적자) |
| 전체 이익 기여 | 99.7% | 적자 전환 |
| 주요 원인 | D램·HBM 가격 급등, AI 인프라 수요 | 메모리 원가 상승, 경쟁 구도 심화 |
중국 저가·애플 고가 사이, 볼륨존 확보 난항
MX 사업부의 수익성 악화는 원가 상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 구조 자체가 MX에 불리한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000달러 이상 초고가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이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삼성이 파고들 여지가 좁다. 반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공세는 중저가 시장에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두 압박 사이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중간 가격대 볼륨존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분기 원가율 상승과 시장 구조적 압박이 맞물리면서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가전·TV도 적자 전환, DX 부문 손실 8000억원
스마트폰 외에 가전·TV 부문도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소비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 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 전환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모두 포함한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의 2분기 영업손실 합계는 8000억원이다. 반도체가 89조2000억원을 벌어들이는 동안, 완제품 전 사업부가 합쳐 8000억원을 잃었다.
삼성증권 전망: 2026~2028년 MX 누적 적자 24조 넘을 수도
이번 분기 성적이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MX·네트워크 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3조4100억원 흑자에서 5조8410억원 적자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2027년) 손실 규모는 15조209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2023년 반도체 불황 당시 DS 부문이 기록한 연간 최대 적자(14조8800억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삼성증권은 2028년에도 MX·네트워크 사업부가 3조2370억원의 손실을 이어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누적 적자가 총 24조287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증권사의 추정치이며, 메모리 가격 추이와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따라 전망치는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이 언제 안정세로 전환되느냐가 MX 원가 회복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사상 최대 이익과 사상 첫 적자가 동시에
이번 2분기 실적은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적 아이러니를 수치로 드러낸다.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공급 부족 호황에 올라타 테크 기업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냈지만, 바로 그 반도체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 사업에는 치명적 원가 압박으로 되돌아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파는 회사인 동시에 메모리를 사야 하는 회사다. 이 두 얼굴 사이의 충돌이 89조 흑자와 7000억 적자라는 극단적 대비로 나타났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