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버스 두 대, 민간인 24명…러시아가 ‘테러’ 카드를 꺼낸 이유
· 점령지 호를리우카서도 버스 공격, 민간인 5명 부상
· 러 연방수사위 테러 혐의 수사 착수…독립 검증 없어
러시아 외무부가 7월 28일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 접경지역과 러시아 점령지의 민간 여객버스 두 대를 잇달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에 규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두 건의 공격으로 민간인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테러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두 사건 모두 러시아와 러시아 측 점령당국의 발표를 토대로 알려진 것으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여부와 표적 선정 경위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셰베키노 오전 공격: 시내 노선버스에 드론 1대, 19명 부상
벨고로드주 셰베키노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남서부 접경 도시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7월 28일 오전 드론 한 대가 이 도시의 시내 노선버스를 직접 공격했다. 러시아 측 발표 기준으로 승객을 포함해 1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러시아 보건부는 이 가운데 6명이 중상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부상자 대부분이 파편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피격 버스 외에도 현장에 있던 트럭과 승용차가 파손됐다. 러시아 측이 이번 사건을 부각하는 핵심 논거는 피격 차량이 민간 대중교통이었다는 데 있다. 군 수송이나 물자 운반과 무관한 노선버스라는 점에서 국제인도법 위반 주장의 근거로 삼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호를리우카: 점령지 여객버스 피격, 민간인 5명 부상
같은 날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호를리우카(러시아 측은 ‘고를로프카’로 표기)에서도 여객버스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측 행정당국은 이 공격으로 민간인 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반 프리호디코 러시아 측 호를리우카 시장은 공격이 도시 북서부 니키톱스키 구역에서 발생했다고 구체적인 위치를 밝혔다.
호를리우카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에 위치해 있다. 점령지에서 발생한 사건 관련 정보는 러시아 측 행정당국의 발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어 독립적 검증이 더욱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셰베키노와 호를리우카 두 건을 합산하면 러시아 발표 기준으로 이날 하루 민간인 24명이 다쳤다.
| 구분 | 셰베키노 (벨고로드주) | 호를리우카 (도네츠크주) |
|---|---|---|
| 발생 일시 | 7월 28일 오전 | 7월 28일 |
| 지역 성격 | 러시아 영토 접경지 | 러시아 점령 우크라이나 영토 |
| 공격 대상 | 시내 노선버스 | 여객버스 |
| 부상자 (러 측 발표) | 19명 (중상 6명 포함) | 5명 |
| 추가 피해 | 트럭·승용차 파손 | 니키톱스키 구역 일대 |
| 수사 착수 | 테러 혐의 수사 착수 | 별도 발표 없음 |
자하로바 성명: “드론 조종자들은 민간시설임을 알고 있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7월 28일 공식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의 실패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 교통수단과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드론 조종자들은 표적이 러시아군과 무관한 민간시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군 지휘부가 국제인도법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국제사회에 이를 규탄하도록 촉구하면서, 공격에 가담한 자들이 “응분의 대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공식 발언은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채널이며, 이번 성명은 국제 여론 압박과 향후 대응의 명분 축적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국제인도법 쟁점: 민간 표적 고의 공격 금지 원칙
자하로바 대변인이 이번 성명에서 핵심 근거로 내세운 것은 국제인도법(IHL)이다. 무력충돌법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인 구별의 원칙(distinction principle)은 교전 당사국이 전투원·군사목표물과 민간인·민간물자를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간인과 민간물자를 고의로 공격하는 행위는 이 원칙에 위배되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러시아 측은 이번 버스 공격이 바로 이 원칙을 위반한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국제인도법 위반 판단은 표적의 군사적 성격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판단은 독립적인 조사를 전제로 한다. 분쟁 당사국의 일방적 주장만으로는 국제법 위반을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연방수사위, 셰베키노 사건에 테러 혐의 적용해 형사 수사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SKR)는 셰베키노 버스 공격 사건에 대해 형법상 테러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 법체계에서 테러 혐의는 일반 폭행이나 재산 피해보다 무거운 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중범죄 유형이다.
분쟁 당사국이 상대방의 행위에 자국 형법상 테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법적 절차를 넘어 대외 프레이밍 효과를 지닌다. 형사 수사 착수 발표 자체가 국제사회에 ‘이것은 테러 행위’라는 규정을 먼저 제시하는 선전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호를리우카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사 착수 발표가 전해지지 않았다.
셰베키노, 8일 전에도 버스 공격 주장…미성년자 포함 5명 사망 발표
러시아는 셰베키노에서 민간 버스를 겨냥한 드론 공격이 최근 들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 당국은 7월 20일에도 이 도시에서 버스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성년자를 포함한 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번 7월 28일 사건은 불과 8일 만에 같은 도시, 유사한 표적에서 반복 발생한 공격이라는 것이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반복 양상을 들어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교통수단을 조직적·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논거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7월 20일 사건 역시 러시아 당국의 발표에만 근거한 것으로, 당시에도 제3자의 독립적인 현장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독립 검증 부재와 상호 비난 구도…우크라이나 공식 반응 없어
이번 두 건의 사건은 러시아 당국과 러시아 측 점령당국의 발표에만 근거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실제로 이 공격들을 수행했는지, 표적 선정이 어떤 경위로 이루어졌는지는 제3의 독립적인 경로를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전쟁 내내 상대방이 민간시설을 공격한다고 상호 비난해 왔다. 동시에 두 나라 모두 민간인을 고의로 표적으로 삼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전쟁 중 발생하는 민간 피해 주장은 군사·외교적 목적과 맞물린 정보전의 맥락과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도 평가에 고려해야 한다.
이번 보도 시점까지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
출처: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