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체벌 신고한 고교생 딸, 이혼 거부 남편과의 법률 쟁점

딸의 신고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법원은 어떻게 본다

· 고교생 딸, 구타한 교수 아버지를 경찰에 직접 신고
· 자녀 체벌은 민법상 직접 이혼 사유 해당 안 돼
· 대학 등록금 법적 보장 없어 조정조서 합의로 대응

대학교수 아버지를 직접 경찰에 신고한 고교생 딸의 사연이 10일 공개됐다. 자녀 체벌은 민법상 직접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형사 처벌 수준의 폭행이 인정되고 부부 갈등도 동반됐다면 기타 중대한 사유로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에게 거부당한 주부 A씨의 법적 선택지와 대응 방법도 함께 제시됐다.

딸이 경찰서로 간 날…아동학대·가정폭력 혐의 적용

1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A씨의 사연에 따르면, A씨 남편은 최근 귀가가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딸에게 매를 들었다. 체벌을 피하려 손으로 막아선 딸과 충돌이 벌어졌고, 이성을 잃은 남편은 손과 발로 딸을 사정없이 구타했다. 집을 뛰쳐나온 딸은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다.

A씨 남편은 현재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이후 딸은 아버지와 더 이상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어머니에게도 “이혼하지 않으면 엄마와도 인연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딸을 저버릴 수 없어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밖에서는 반듯한 교수’…가정 안의 이중적 양면

A씨에 따르면 남편은 대학교수로, 외부에서는 반듯한 사람으로 통한다. A씨 자신에 대해서도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정한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딸에게는 유독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기대에 못 미치면 매섭게 훈육하고, 때로는 체벌까지 해왔다는 것이 A씨의 진술이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혼낼 때 울기만 하던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맞서기 시작했다. 매일 충돌하는 부녀 사이를 말리느라 A씨도 지쳐가고 있었다. 가정폭력 전문가들은 사회적 지위나 직업과 무관하게 이 같은 이중적 패턴이 반복될 수 있으며, 외부의 ‘반듯한 이미지’가 가정 내 폭력을 은폐하는 구조가 피해자의 신고를 지연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딸의 경고 “이혼 안 하면 엄마도 안 봐”…A씨가 선택에 내몰린 배경

이번 사건에서 딸이 직접 경찰서로 달려간 것은 반복된 체벌 경험이 임계점에 이른 결과로 읽힌다. 딸은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직접적인 수단을 택했다. 그 선택은 어머니에게도 전선을 형성했다.

딸의 경고는 가정 내 폭력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유지를 선택하는 쪽도 공동 책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A씨는 딸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거부했다. A씨는 딸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어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딸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이혼 절차를 밟으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가족 내 갈등이 방치될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사회적으로도 반복된 사례들이 경고해왔다. 친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10대 사건처럼, 가정 내 폭력과 갈등이 한계를 넘기 전에 법적·제도적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녀 체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

답변에 나선 류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이혼 사유의 법적 구분부터 정리했다. 민법 제840조에 따른 재판 이혼 사유 중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는 이혼 청구의 직접 근거가 된다. 그러나 자녀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이 조항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다.

류 변호사는 다만 예외 경로를 함께 안내했다. 자녀 체벌이 형사 처벌을 받을 정도로 중대하고, 그 과정에서 부부 간 갈등까지 컸다면 민법 제840조 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A씨 남편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혐의로 이미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은 이 경로 적용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구분 이혼 사유 해당 여부 민법 근거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 직접 이혼 사유 제840조 3·4호
자녀에 대한 부당한 대우 직접 이혼 사유 아님 자녀는 직계존속 해당 없음
형사 처벌 수준의 자녀 폭행 + 부부 갈등 동반 기타 중대한 사유로 인정 가능 제840조 6호

이혼 후 경제 보호 장치…양육비와 등록금의 현실

류 변호사는 이혼 후 자녀에 대해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양육비뿐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마저도 자녀가 성인이 되면 법적 청구 명분이 사라진다. 대학 등록금은 법적으로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이혼 합의 과정에서의 조정조서 활용이 제시됐다. 당사자 간 합의로 조정조서에 자녀 대학 등록금 절반 부담 같은 내용을 추가로 기재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렇게 명문화된 내용은 이후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 A씨 딸이 고3으로 입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재산분할 협의 단계에서 이 조항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적 경로로 제시됐다.

이혼 소송 절차와 ‘1심 후 취하’의 함정

류 변호사는 소송 진행 중 남편이 반성 의사를 보일 경우의 선택지도 함께 안내했다. 부부 상담이나 가족 상담을 받는 조정 조처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으며, 자녀를 포함한 가족 상담 형태로도 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1심 판결을 받은 뒤 소를 취하한 경우, 동일한 사유로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어렵다. 조정이나 화해를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류 변호사가 이 점을 강조한 것은, 남편의 일시적 반성만 보고 소를 취하했다가 이후 재소송의 기회를 잃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남편의 태도 변화가 지속적인지, 가족 상담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면밀히 판단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체벌 신고의 달라진 환경

이번 사건은 2021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이후의 법적 환경 변화를 반영한다. 개정 이전에는 부모의 훈육 목적 체벌이 일정 범위에서 법적으로 용인됐지만, 현재는 가정 내 체벌도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생이 직접 경찰서로 달려가 아버지를 신고한 이번 사건은 그 달라진 환경 속에서 나온 선택이다.

형사 절차의 기록은 이혼 소송에서도 증거로 기능할 수 있다. 피해 딸의 진술서, 경찰 조사 기록, 의료 기록 등을 조기에 확보해두는 것이 이혼 청구 사유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수단이 된다. 류 변호사의 해설은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증거 수집을 먼저 체계화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안전 확보와 법적 절차, 두 과제의 병행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고 있어 협의이혼은 현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 이혼은 배우자 일방의 청구만으로도 제기 가능하다. 법원은 이혼 여부와 함께 친권·양육권·재산분할·양육비를 일괄 결정하며, A씨가 소송을 제기하면 이 과정에서 딸의 대학 등록금 부담 문제도 협상 조건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류현주 변호사의 해설은 자녀의 안전 확보와 이혼 후 경제적 기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다루는 방향을 제시한다. 아동학대 형사 절차와 이혼 민사 소송을 병행하되, 각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와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섣부른 소 취하나 일방적 합의 없이, 딸의 안전과 A씨의 법적 권리를 함께 지키는 절차 설계가 요구된다.

출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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