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도 멈추지 못한 법정 신경전의 전말
· 로저비비에 클러치백 수수는 인정, 청탁 대가는 전면 부인
· 재판장에도 ‘한쪽 편 들지 말라’ 항의…짝퉁 구매 발언도
특검팀 ‘이례적’ 압박에 “역대 영부인 수사 다 해봤냐” 반문
2026년 8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법정.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증인석에 앉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선물과 자필 편지를 받는 것이 이례적으로 보이는데,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는 취지로 재차 추궁했다. 김 여사는 발끈하며 반문했다. “검사님, 그간 영부인들 수사는 다 해봤나요.” 이어 “저만 했죠? 그런데 어떻게 이례적이라 말씀하실 수 있냐”며 “이례적이라고 단정하는 검사님의 말은 틀렸다”고 했다.
특검팀이 “국민이 바라보기에는 이례적”이라고 재반박하자, 김 여사는 “국민들이 정말로 알까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검사님도 지금 대통령 관저가 어떤 스타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나요? 검사일만 하지 않았나요?”라고 했다. “저희도 (검찰) 총장이었음에도 청와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관저 내부 사정은 외부인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클러치백 수수는 인정…전달 경로는 “기억 안 난다”
김 여사는 이날 재판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 이씨로부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저비비에(Roger Vivier) 클러치백과 자필 편지를 제공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전달 경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인식했다”는 것이 김 여사의 설명이었다. “내가 직접 받은 게 아니다. 어디서 간접적으로 왔는데 누구를 통해 왔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도 했다. 특검팀이 “기억을 조금 더 잘하는 게 맞지 않냐”고 압박했지만, 이 부분에서 진술은 일관되게 유지됐다. 수수 사실은 인정하되 전달 경로와 청탁 연관성은 차단하는 구도였다.
당선 대가 혐의엔 “김기현 대표 모함하는 것”
특검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의원이 당선된 것에 대한 대가로 선물을 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여사는 “당대표는 내가 신경 쓸 것도 없고 전혀 모른다”며 “그건 김기현 대표를 모함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청탁 대가성 여부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이씨가 당대표 선거 지원의 대가로 클러치백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김기현 의원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김 여사의 이날 진술은 이 혐의 구성을 직접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쟁점 요약
| 쟁점 | 김건희 여사 진술 | 민중기 특검팀 입장 |
|---|---|---|
| 클러치백 수수 여부 | 인정 (나중에 인식) | 이씨로부터 전달 확인 |
| 전달 경위 | 직접 받지 않음, 경로 불명 | 이씨가 직접 제공 주장 |
| 청탁 대가성 | 전면 부인 | 당대표 선거 대가 혐의 적용 |
| 이례성 여부 | “다른 영부인도 수사했냐” 반박 | “국민 시각에서 이례적” |
재판장에게도 “한쪽 편만 들지 말라” 항의
이날 긴장감은 특검팀과 김 여사 사이에서만 흐르지 않았다. 조형우 재판장과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재판장이 “가방 전달이 특별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김 여사는 “검사님이 질문하는 내용이 강압적”이라며 “저를 무조건 죄인으로 모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을 향해 “추궁하는 건 가능하지만, 추측을 넘어서 또 하나의 범죄를 성립시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님께선 한쪽 편만 들지 마시고 조금 정확하게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직접 요구했다. 재판장은 앞서 김기현 의원 측이 특검팀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자 “(클러치백을) 받는 분한테 어떻게 받았는지 추궁하는 건 당연하다”고 정리한 바 있었고, 김 여사의 항의는 이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영부인에게 클러치백은 필수품…짝퉁도 샀다”
재판장이 해당 클러치백을 언제 발견했냐고 묻자, 김 여사는 “사실 영부인에게 클러치백은 필수품”이라며 “드레스코드에 맞춰 클러치백이 항상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걸(문제의 클러치백) 봤으면 썼을 것 같은데 안 썼다. 나중에 물건을 정리하다 발견한 것 같다”고 했다. 의식적으로 수령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클러치백이 옷 색깔마다 필요해 비싸 보이지만 저렴한 것을 많이 샀다”고 설명했다. “짝퉁 같은 것도 샀고, 친구 동생에게 적은 돈을 주고 만들어 달라고 해서 사용한 적도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문제의 로저비비에 제품이 다수의 클러치백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는 맥락을 만드는 진술이었다. 영부인이 이른바 ‘짝퉁’을 구입했다고 직접 밝힌 것은 법정 밖에서도 회자됐다.
사건 배경 — 김기현 의원 부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이번 재판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부부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렸으며,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가 김 여사를 증인으로 소환해 클러치백 전달 경위와 청탁 대가성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로저비비에는 프랑스의 명품 구두·액세서리 브랜드로, 해당 클러치백의 실제 수수 시점과 전달 경로, 당대표 선거와의 연관성이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정치인의 법정 발언이나 공개 발언이 법적 판단과 별개로 파장을 일으키는 사례는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정청래 의원 발언 논란처럼 발언 자체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는 구조가 이번 법정에서도 재현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재판 전망
이날 김 여사의 증언은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 대가성과 전달 경위는 모른다는 구도로 요약된다. 특검팀이 추가 증거나 증인을 통해 청탁 연결고리를 보완할 수 있는지가 향후 재판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의원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이씨의 선물 행위가 법에서 금지하는 청탁의 대가에 해당하는지가 재판부의 최종 판단 대상이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