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세요’ 손짓하더니‥전화하다 ‘저기요’ 급반전 가이드
금 1억 원 대신 신문지를 봉투에 넣어 우편함 배치
수거책 — 조직 말단이지만 현장 검거의 유일한 접점
보이스피싱 수거책은 피해자가 준비한 현금을 직접 대면 수령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화 사기를 주도하는 조직 상층부와 달리, 수거책은 물리적으로 현장에 나타나야 하는 유일한 구성원이다. 말단이지만 현행범 체포가 가능한 유일한 접점이기도 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상층부는 해외에 거점을 두는 경우가 많고, 계좌 추적과 자금 흐름 역추적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수거책은 피해금을 수령하는 현장에서 즉각 체포할 수 있고, 피해도 그 자리에서 막을 수 있다. 피해 차단과 범죄 수익 박탈을 동시에 달성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수거책 검거는 실질적 효과가 큰 수사 방식이다. 납치·감금을 수반한 대면 범행에서도 물리적 현장 접촉 단계가 수사의 실질적 돌파구가 되는 패턴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검찰 송치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한 A 씨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 절차와 범죄 수익 박탈, 피의자 처벌 근거를 함께 담은 법률이다.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전달하는 수거책도 이 법의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A 씨의 이번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는 실제 현금을 건넨 적이 없고, 우편함에 배치된 봉투 안에는 처음부터 신문지만 들어 있었다. 조직이 요구한 현금 1억 원은 피해자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수사에 직접 협력해 검거에 기여하는 구도는 형사 절차 내 피해자의 역할과 권리를 둘러싼 논의와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경북경찰청, 작전 영상 대외 공개
경북경찰청은 이번 검거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복 경찰이 주민인 척 1층을 오가는 장면, 피해자에게 손짓으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내는 장면, A 씨가 봉투를 꺼내 체포되는 순간까지 일련의 흐름이 포함됐다. 사복 잠복 작전의 전 과정이 영상으로 공개된 것은 비교적 드문 사례다.
이번 작전의 출발점이 은행 직원의 신고였다는 사실도 영상을 통해 함께 전달됐다. 금융기관 종사자의 이상 거래 감지와 신고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초기에 막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사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출처: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