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도, 전혀 다른 밥상 — 개고기를 둘러싼 남북의 현재
· 한국, 2027년 2월 7일부터 개 식용 도살·유통 전면 형사처벌 시행
· 노동신문, 폭염 대처 보양식으로 개고기국 직접 권장
평양 대동강변, 사흘간 전국 단고기 요리경연-2026 진행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4일, ‘전국 단고기(개고기) 요리경연-2026’이 같은 달 21일부터 23일까지 평양 대동강변의 단고기요리전문식당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요리협회 중앙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경연에는 북한 전역의 식당들이 참가해 단고기 찜·볶음을 비롯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사흘에 걸쳐 진행된 행사는 지역별 고유 조리법을 겨루고 우수 사례를 가리는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조선중앙TV는 전했다.
이 경연은 올해 처음 열린 것이 아니다. 매년 여름이면 평양에서 반복되는 연례 행사다. 북한 당국이 단고기를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보존하고 장려해야 할 전통 보양식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다. 북한은 평양 대동강변에 대규모 단고기 전문식당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지역마다 고유한 조리법을 발굴·보급하는 방식으로 이 식문화를 체계적으로 유지해 왔다.
노동신문, 폭염 대처 보양식 목록에 개고기국 포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4일, 북한 노동신문이 여름 폭염 대처법과 온열질환 응급처치 요령을 다루면서 개고기국을 권장 보양식 목록에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생선죽, 팥죽과 함께 개고기국을 폭염을 이겨내는 음식으로 나란히 소개했다.
북한에서 개고기는 ‘단고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계절 건강 관리법으로 개고기국을 직접 명시한 것은 이 음식이 북한에서 개인의 식습관을 넘어 국가가 공식 권장하는 여름 건강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은 오랜 기간 전통 보양식이라는 명목 아래 개고기 소비를 촉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 언론이 계절마다 반복적으로 활용된다.
전 북한 외교관 “단고기는 인기 있지만 값비싼 음식”
리철 전 북한 외교관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단고기는 북한에서 인기 있지만 값비싼 음식”이라며 “무더운 여름철에 열사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주로 먹는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단고기가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서민 음식이라기보다 여름철에 특별히 챙겨 먹는 보양 목적의 특별식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
‘값비싸다’는 표현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국가가 전통 보양식으로 공식 장려하는 음식임에도 일반 주민이 수시로 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공식 촉진 기조와 일반 주민의 실제 접근성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는지는 외부에서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한국, 2024년 2월 여야 합의로 개 식용 종식 특별법 공포
한국은 2024년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했다. 법 제목 자체에 ‘종식’이라는 단어가 명시됐다. 단계적 규제나 부분 제한이 아니라, 이 식문화 자체를 법으로 끝내겠다는 방향을 직접적으로 담은 법안이다.
이 법은 동물권 보호, 위생 문제, 국제 사회의 흐름이라는 세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지던 개 식용 문제를 법으로 매듭짓는 방향으로 정치권이 수렴한 결과로 분석된다.
법안에는 관련 업계의 전환 준비를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이 설정됐다. 이에 따라 2027년 2월 7일이 처벌 규정이 본격 적용되는 실질적인 시행일이다. 오늘(2026년 8월 7일) 기준으로 시행까지 정확히 6개월이 남았다.
2027년 2월 7일부터 도살·사육·유통 전면 처벌 대상
법이 본격 시행되는 2027년 2월 7일부터 개 식용과 연결된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육·증식이나 유통·판매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위반 행위 | 처벌 규정 (2027년 2월 7일 시행) |
|---|---|
| 식용 목적 도살 |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
| 식용 목적 사육·증식 |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
| 식용 목적 유통·판매 |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
정부, 유예기간 동안 업계 전업·폐업 지원 중
정부는 3년 유예기간 동안 개 식용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전업과 폐업을 지원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 업종에 종사해 온 업체와 개인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행정·재정 지원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개고기 식당, 도축업, 사육업 등 관련 업종 전반에 걸쳐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원 규모가 현실적인 전환 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생업을 전환하는 데는 단순한 폐업 신고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시행일까지 약 6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모든 관련 업계가 기한 내에 전환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한국은 법으로 종식, 북한은 경연으로 계승 — 같은 반도 엇갈린 경로
한국과 북한이 개고기를 두고 보이는 현재의 모습은 선명하게 엇갈린다. 한국은 동물권 보호와 국제 기준을 법적 근거로 삼아 이 식문화를 종식하는 경로를 밟고 있다. 북한은 같은 시기에 국가 기관이 주최하는 요리 경연을 통해 단고기 문화를 제도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노동신문의 계절 권장, 전문식당 운영,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전국 경연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두 사회의 선택을 단순 우열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결정은 동물복지 담론이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된 맥락과 국제 사회의 시선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북한의 방향은 외부 규범과 무관하게 내부 체제 논리와 전통 식문화 안에서 이뤄진다. 배경 자체가 다른 두 사회가 같은 식재료를 두고 전혀 다른 경로를 걷는 배경에는 체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7년 2월 7일, 한국에서 개고기는 법적으로 과거의 음식이 된다. 같은 해 여름, 북한 대동강변에서는 또 한 번 전국 단고기 요리경연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같은 반도에서 한때 공유했던 하나의 식문화가 법과 체제의 차이로 전혀 다른 운명을 걷는 현재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