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팔던 국민 등산복, 이제 안전화로 먹고산다
· 장남 강준석, 코스닥 상장사로 산업안전 시장 공략 중
· 742억 한주케미칼 인수…레버리지 구조 재무 리스크 주목
블랙야크가 2015년 기록한 연결 매출 5066억원, 영업이익 327억원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역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수치였다. 등산복이 일상복으로 팔리던 황금기, 노스페이스·K2와 나란히 ‘국민 브랜드 3강’으로 불리던 이 회사는 10년이 지난 2025년 기준 매출 2917억원, 영업손실 2년 연속이라는 숫자 앞에 서 있다. 창업주 강태선 회장이 세운 아웃도어 제국의 다음 챕터는 이제 산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 강준석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블랙야크아이앤씨(이하 블랙야크INC)는 아웃도어가 아닌 산업안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가스계 소화설비 전문기업 한주케미칼을 약 742억원에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향후 승계 구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한다.
1973년 종로5가, 히말라야, 그리고 야크
블랙야크의 출발점은 1973년 서울 종로5가에 강태선 회장이 연 등산용품점 ‘동진사’다. 강 회장은 1990년 동진레저를 설립했고, 히말라야 원정 중 목격한 야크에서 착안해 브랜드명 ‘블랙야크’를 만들었다. 이후 2010년 사명을 블랙야크로, 2020년에는 BYN블랙야크로 다시 바꿨다.
이 브랜드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주 5일제 도입과 웰빙 열풍이 맞물린 시대 흐름이 있었다. 등산이 국민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고기능 등산복은 산을 내려와 도시 일상에서도 쓰였다. 방수 투습 소재의 아웃도어 재킷이 출퇴근 옷이 되던 시절이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전체가 팽창했고 블랙야크는 그 수혜를 정면으로 받으며 성장했다.
정점 이후 10년, 실적이 말해주는 것
BYN블랙야크의 연결 실적 추이를 보면 시장 사이클이 숫자에 그대로 새겨진다.
|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
| 2015년 | 5,066억원 | 327억원 (사상 최대) |
| 2020년 | 2,880억원 | — |
| 2024년 | 2,978억원 | 적자 전환 |
| 2025년 | 2,917억원 | 적자 확대 |
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는 골프·러닝·애슬레저(운동경기와 여가를 결합한 스포츠웨어)로 빠르게 이동했다. 아웃도어 시장 전체가 내리막길을 걷는 사이, 해외에서는 아크테릭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갔다. 기능성과 브랜드 감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간 가격대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 직후 일시 반등은 있었지만 2024년 2978억원, 2025년 2917억원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2024년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손실폭이 더 커졌다고 아시아경제는 보도했다.
나우인터내셔널: 10년간 흑자 없었다
해외 사업 부진 중에서도 나우인터내셔널 건은 따로 거론된다. BYN블랙야크는 2014년 말 미국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NAU)를 운영하는 나우인터내셔널을 약 15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80억원)에 인수했다. 강준석 대표가 사업 확대를 주도한 딜이었다.
결과는 10년 연속 적자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나우인터내셔널의 자산은 약 4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488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83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해 매출은 약 7억원, 당기순손실은 약 3억원에 그쳤다.
강 대표가 주도한 글로벌 브랜드 M&A;가 10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한주케미칼 인수는 그의 경영 능력을 다시 평가받는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분기점 — 쇼핑몰에서 안전용품으로
블랙야크INC는 2013년 BYN블랙야크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했다. 전환점은 2018년이다. 이 회사는 쇼핑몰 사업부문을 BYN블랙야크에 넘기고, 대신 BYN블랙야크의 산업안전사업부를 양수받아 안전용품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2024년 특수목적법인(SPC)과의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현재 주력 제품은 산업 현장용 안전화, 안전복, 소방설비 등이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기능성 소재와 제품 개발 역량이 산업안전 영역에 다시 적용되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기존 브랜드 자산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사업 성격 자체는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완전히 바뀌었다.
742억 한주케미칼 인수, 레버리지 구조가 향후 변수
블랙야크INC의 외형을 단번에 키운 것은 지난해 단행한 한주케미칼 인수다. 한주케미칼은 가스계 소화설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블랙야크INC는 SPC ‘에스티베타제일차’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인수 총액은 약 742억원이었다.
재무 구조를 구체적으로 보면, 블랙야크INC가 직접 부담한 금액은 180억원, 재무적 투자자 출자금은 170억원이며 나머지는 차입으로 조달됐다. 블랙야크INC는 SPC에 48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제공했다. 자기자금보다 차입과 외부 투자자금 비중이 큰 구조다.
레버리지 인수에서 피인수 기업의 현금 창출력이 인수금융 상환을 감당하는지는 핵심 리스크 지표로 꼽힌다. 두산의 SK실트론 인수 협상처럼 대형 M&A;에서 재무 구조와 지배 지분 배분이 동시에 쟁점이 되는 사례는 국내 기업 승계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한주케미칼의 향후 실적이 블랙야크INC의 재무 안정성을 좌우하는 구조다.
승계 구도, 블랙야크INC 기업가치가 관건
업계에서는 블랙야크INC의 기업가치가 향후 그룹 승계 구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강준석 대표가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의 가치를 충분히 높인 뒤 BYN블랙야크와 합병하는 수순이 거론된다고 아시아경제는 보도했다.
이런 방식은 국내 기업집단 승계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패턴이다. 후계자가 지배하는 계열사의 외형을 먼저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그룹 내 지배 지분을 재편하는 구조다. 다만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한주케미칼을 포함한 산업안전 사업이 실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블랙야크INC의 밸류에이션이 유지돼야 한다. 나우인터내셔널 투자 실패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선례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아웃도어 본업, 반등 여지는 남아 있나
BYN블랙야크 본업 측면에서는 엇갈리는 시각이 있다. 최근 트레일런닝과 하이킹을 결합한 테크 하이킹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술력을 갖춘 아웃도어 브랜드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이 영역은 아크테릭스·살로몬 등 해외 전문 브랜드가 이미 선점한 상태라, 국내 브랜드의 재진입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블랙야크가 아웃도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시 높일 수 있을지, 아니면 블랙야크INC의 산업안전 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무게 중심이 될지는 향후 2~3년의 실적이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 강태선 회장이 53년에 걸쳐 쌓은 브랜드의 다음을 물려받을 장남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산이 아니라 산업 현장이다.
출처: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