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팔아 올인했는데 78.7% 증발…단일종목 레버리지의 함정
· A씨 주장: 40년 저축·집 매각 자금 몰아넣어 22억436만원 손실
· 금융위, 7월 31일부터 기본예탁금 현금 3000만원·회전매매 차단
블라인드에 등장한 계좌 캡처, 온라인 급속 확산
지난달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충격적인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A씨는 “40년 모은 돈 마이너스 22억 원. 전 재산을 다 잃고 오늘부터 완전히 파산했다”고 밝히며 증권 계좌 화면으로 보이는 사진을 첨부했다. 화면에는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로 약 22억436만 원, 수익률 기준 -78.7%의 평가 손실이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내역이 담겼다. 게시물은 빠르게 캡처·확산됐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이며, 계좌 화면의 진위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A씨의 주장 전문: “출시 직후 매수, 집까지 팔았다”
A씨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매수했는데 결국 오늘 모두 잃고 거덜났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는 표현도 썼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정책 기대감이 투자 결정에 작용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A씨가 게시물에서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40년간 모은 자산 외에 거주 중이던 집까지 매각해 투자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한 뒤 “저 자신이 너무 원통스럽고 후회가 밀려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식을 하라고 부추긴 사람들이 너무 원망스럽다.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냐”고 호소했다. 책임 소재를 외부로 돌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진위 논란: “조작”과 “가능하다” 사이
네티즌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갈렸다. 회의론 쪽에서는 “22억까지 불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 뇌동매매로 다 날리겠냐, 조작이다”, “아무리 봐도 거짓말 같다”는 반응이 달렸다. 뇌동매매란 타인의 의견이나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매수하는 행위를 뜻하는 시장 용어다. 22억이라는 거액을 스스로 굴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집중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주변에 40억을 한 번에 날린 사람도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왔다. 현재 게시물과 첨부 화면이 모두 삭제된 상태이므로 진위를 사후 검증할 방법은 없다. 설령 이 사례가 실제가 아니더라도, 레버리지 ETF 손실 규모가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레버리지 ETF 구조: 왜 원금이 전부 사라지나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상승 국면에서는 일반 ETF보다 빠르게 수익이 쌓이지만, 하락 또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손실도 배로 확대된다.
더 근본적인 위험 요인은 ‘변동성 감쇠(volatility decay)’다. 기초자산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횡보 장세에서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가치는 기초자산 가격 변동 이상으로 하락하는 구조적 손실이 누적된다. 장기 보유할수록 이 효과는 심화된다. 레버리지 ETF가 단기 트레이딩 용도로 설계된 이유가 여기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 위험을 훨씬 집중시킨다. 다수 종목에 분산되는 일반 ETF와 달리 특정 기업 하나의 주가 변동에만 연동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따라 주가 변동이 큰 종목으로 분류된다. 업황 하락 국면이 겹칠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손실을 빠르게 키운다.
금융당국 즉각 대응: 예탁금 3배·회전매매 차단
금융위원회는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올렸다. 대용증권 인정도 함께 제한했다. 대용증권이란 보유 주식 등을 현금 대신 예탁금으로 인정해주는 유가증권을 가리킨다.
기존 제도에서는 현금이 부족해도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거나, 주식을 매도한 당일 대금으로 예탁금 요건을 채워 곧바로 재매수하는 이른바 ‘회전매매’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실제 현금 3000만 원을 보유한 투자자만 진입할 수 있고, 당일 매도 후 즉각 재매수를 반복하는 방식도 차단된다.
| 항목 | 기존 | 변경(7월 31일~) |
|---|---|---|
| 기본예탁금 | 현금 1000만 원 | 현금 3000만 원 |
| 대용증권 인정 | 가능 | 제한 |
| 당일 회전매매 | 허용 | 불가 |
규제의 성격과 한계
이번 조치는 진입 장벽을 높여 준비 없는 개인 투자자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 대한 소급 구제책은 아니다.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발적 투자 결정에 따른 손실은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금융사가 상품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에 따라 민사 분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개별 상황마다 다르므로 법적 판단은 전문가에게 구해야 한다.
레버리지·인버스 ETF 관련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이번 온라인 논란이 규제 논의를 다시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은 금융당국의 향후 입장을 봐야 알 수 있다.
전망: 거래 위축과 투자 교육 논의 재점화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량과 시장 유동성은 단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규제를 피해 유사한 구조의 해외 상장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을 둘러싼 대규모 지분 거래와 M&A;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지속된다면, 레버리지 상품의 리스크 역시 당분간 완화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A씨 사례의 진위와 무관하게, 이번 논란은 수십 년의 저축을 단일 레버리지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 방식이 가진 구조적 위험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거주 주택까지 매각해 투자에 나서는 방식은 투자 손실이 곧 주거 기반 상실로 이어지는 이중 위험을 동반한다. 주거 안정이 자산 시장 변동에 흔들리는 사례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고위험 금융 상품의 판매 기준과 투자자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