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해서 집에 데려간 것뿐인데 형사재판까지 간 이유
· 까마귀는 멸종위기종 아니어도 포획·채취 금지 야생생물
· 초범·법률 무지 인정돼 2년 재범 없으면 처벌 면제
의정부지법, 40대 여성에 벌금 70만 원 선고유예
의정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이용희 판사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ㄱ씨에게 벌금 7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최근 선고했다. 야생 까마귀를 포획해 자신의 주거지에 데려와 보관한 행위가 형사 처벌 규정의 적용 대상이라는 판단이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 선고 자체를 미루는 제도다. 유예 기간인 2년 동안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이 면제된다. 재판부는 ㄱ씨의 초범 사실, 법률에 대한 인식 부재, 반성 태도 등을 고려해 이 제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등산 귀갓길, 새끼 까마귀를 발견하다
ㄱ씨는 지난 6월 초 의정부시 녹양동 가금철교 아래 공원에서 새끼 까마귀를 발견해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ㄱ씨는 “등산을 하고 오는 길에 새끼 까마귀를 발견했고 불쌍해서 집으로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이후 약 일주일간 보살피다가 “다시 박스에 넣고 처음 발견한 곳에 갖다 놓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수사기관에 알려진 것은 국민신문고를 통해서였다. ‘ㄱ씨가 까마귀를 기르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되며 경찰 조사로 이어졌다. ㄱ씨가 까마귀를 원래 자리에 돌려보낸 뒤였지만, 포획과 보관 행위 자체가 이미 법 위반에 해당한 상태였다. 민원 접수만으로 형사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단면이다.
까마귀는 멸종위기종도 아닌데…포획 금지인 이유
야생생물보호법은 멸종위기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환경부령으로 별도 지정한 야생생물에 대해서도 허가 없이 포획·채취하거나 살상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까마귀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현행 야생생물보호법상 포획·채취 금지 대상 야생생물에 해당한다.
법은 직접 포획하는 행위 외에, 불법 포획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야생생물을 취득·운반·보관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ㄱ씨의 경우 직접 포획한 뒤 주거지에서 보관했으므로 복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행위는 돌봄이었지만 법적으로는 포획 후 보관으로 규율된다.
일반 시민 사이에서 야생생물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이 수준까지 미친다는 인식은 낮은 편이다. 까마귀처럼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조류가 포획 금지 대상이며, 선의의 구조 행위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됐다.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제도
이번 판결에서 적용된 선고유예는 집행유예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구조가 다르다. 핵심 차이는 형을 ‘선고’하느냐 여부에 있다. 선고유예는 형 선고 자체를 2년간 미루는 방식이고,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한 뒤 그 집행을 유예한다. 같은 유예라도 적용 단계가 다르다.
| 구분 | 선고유예 | 집행유예 |
|---|---|---|
| 형 선고 여부 | 선고 자체를 유예 | 형 선고 후 집행 유예 |
| 유예 기간 | 2년 | 1~5년 |
| 기간 만료 후 | 처벌 면제(면소) | 형 실효 |
| 전과 기록 |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짐 | 기록 남음 |
이번 사건에서 벌금 70만 원의 선고유예는 형사 제재로서의 의미를 담되, 유예 기간 중 재범이 없으면 실제 처벌 없이 종결되는 구조다. 형사 처분 중에서는 가장 가벼운 편에 속한다.
법원이 참작한 세 가지…초범·법률 무지·반성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범행을 반성하고 초범인 점, 관련 법률을 알지 못한 채 범행해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률 무지는 위법성 인식 결여를 의미하며, 형사 재판에서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양형 단계에서 참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까마귀를 원래 자리에 돌려보낸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경위로 제시됐다. 반복 위반이나 영리 목적 포획, 또는 멸종위기종을 대상으로 한 사안이라면 같은 조건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 적법한 절차
야생생물보호법의 취지는 야생생물을 서식지에서 무단으로 격리하거나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막는 데 있다. 부상당하거나 홀로 있는 야생동물을 발견하더라도 임의로 데려와 보관하는 것은 같은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신고 창구로는 환경부 지정 야생동물구조센터, 지역 환경청, 지자체 야생동물 담당 부서가 있다.
어린 새의 경우 둥지 밖으로 나왔더라도 어미 새가 주변에서 돌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람이 직접 개입하기보다 전문 기관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적법하고 야생동물의 생존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법적 맥락에서는 선의 자체보다 행위의 법적 성격이 우선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이번 까마귀 사건이 재확인시켜 준다.
야생생물보호법, 처벌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야생생물보호법은 포획·채취 금지 야생생물을 무허가로 잡거나 살상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멸종위기종에 대해서는 처벌이 더 무겁다. 이번 ㄱ씨 사건처럼 멸종위기종이 아닌 야생생물을 포획·보관한 경우도 벌금형 이상의 형사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다시 확인됐다.
개별 사건에서의 처벌 수위는 포획 목적, 대상 생물의 법적 지위, 피의자의 전과 여부, 반성 태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적용되는 법률 해석과 절차에 관심이 있다면 최근 공소기각 사유 확대 논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이 남긴 기록
의정부지법의 이번 판결은 야생생물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멸종위기종을 넘어 환경부령으로 지정된 광범위한 야생생물에 미친다는 점을 법원이 재확인한 사례다. 친숙하고 흔한 야생조류라도 법적 보호 대상일 수 있으며, 선의의 보호 행위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제 재판을 통해 기록됐다.
재판부는 초범, 법률 무지, 반성을 근거로 선고유예를 선택했다. 벌금 70만 원의 형은 유예 기간 중 재범이 없으면 실제 집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까마귀를 포함한 야생생물을 임의로 포획하는 행위가 형사 처벌의 영역 안에 있다는 판단은 이 판결을 통해 명확히 기재됐다.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