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대정신 망각한 돈키호테’ — 이진숙 5·18 폄훼 포럼 비판

광복절에 터진 여권 안의 5·18 역사전쟁

· 홍준표, 광복절 페이스북서 이진숙 5·18 포럼 공개 비판
· 이진숙 포럼에 지만원·허화평·뉴라이트 학자 참석 논란
· 5·18 역사인식 두고 여권 내부 갈등 표면화

8월 15일 광복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 편이 여권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틀 전 국회에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 포럼을 겨냥해 “외로운 전사인가, 시대정신을 망각한 돈키호테인가”라는 표현으로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같은 여권 내에서 현직 의원의 행보를 실명 없이 정면 비판한 이례적인 장면이다. 광복절이라는 날짜가 발언의 상징성을 더욱 키웠다.

광복절 당일 올린 페이스북 — ‘돈키호테’ 비유

홍 전 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 “5·18을 부정하고 폄훼하려 하는 건 시대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한 시대의 불행한 역사를 자기 정치 입지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돼선 안 된다”고도 밝혔다. 이진숙 의원의 실명을 글에서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13일 이 의원이 주최한 포럼을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시대정신을 망각한 돈키호테’라는 비유가 날을 세웠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혼자 이상을 좇는다는 의미로 읽히는 이 표현은, 이 의원의 포럼 개최가 정치적으로 고립된 선택이라는 시각을 담은 것이다. 여권 내 중진이 같은 당 의원에게 이 정도 수위의 표현을 공개적으로 쓴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3일 국회 포럼 — 항의와 고성 속에 진행

이 의원이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연 포럼의 공식 명칭은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 포럼’이었다. ‘재조명’이라는 표현이 붙었지만, 포럼에서 실제로 나온 발언들은 5·18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발제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장내에서 항의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국회라는 공식 공간이 5·18 부정 논리를 유통하는 자리가 됐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으로 부각됐다. 행사가 ‘공개’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파급력도 컸다. 포럼 이후 야당과 5·18 관련 단체 등에서 강력한 반발이 잇달았다.

참석자 면면 — 뉴라이트부터 12·12 주도자까지

포럼 참석자 구성이 논란을 키웠다. 발제를 맡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 뉴라이트 역사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함께 5·18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을 오랫동안 주장해 온 학자다.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개입으로 인한 폭동”이라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복해 온 지만원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지씨는 같은 주장을 이유로 법원에서 명예훼손 관련 유죄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다. 여기에 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쿠데타를 주도한 허화평씨도 자리했다. 5·18 폄훼 포럼에 12·12 관련 핵심 인물이 함께했다는 사실이 비판 여론을 더욱 키웠다.

홍준표의 군 복무 경험 — ‘전해 들은 5·18은 참혹했다’

홍 전 시장은 이번 글에서 자신의 역사 인식의 바탕으로 군 복무 경험을 직접 제시했다. “1980년 6월 5·18 직후 전북 부안 행안3대대 군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전해 들은 5·18은 참혹했다”고 적었다. 5·18 직후라는 시점에 가까운 거리에서 복무하며 현장 분위기를 전해 들은 경험이 자신의 판단 근거라는 것이다.

역사 앞에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친일 행적을 지닌 선조를 둔 후손이 공개적으로 그 역사를 직면한 전범선의 부끄러운 역사 고백은, 편한 침묵 대신 역사적 정직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공자 명단 공개와 5·18 자체 부정 — 홍준표가 긋는 선

홍 전 시장은 이번 글에서 자신의 기존 발언과 이번 비판 사이의 경계를 스스로 설명했다. “나는 5·18 유공자 명단을 국가유공자이니 당당하게 공개하라고 했지만 5·18 자체를 폄훼하거나 비난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유공자 제도 운용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과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건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논리다.

이 구분은 5·18 관련 정치 논쟁에서 자주 뒤섞이는 두 가지 입장 —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와 5·18 역사 자체의 부정 — 을 분리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전자의 입장을 취해 온 것을 인정하면서도, 후자와는 명확히 선을 긋겠다는 점을 이번 글에서 못 박았다.

“5·18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5·18 자체를 비난해선 안 된다” — 홍준표 전 대구시장, 2026년 8월 15일 페이스북

5·18 특별법과 법적 쟁점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5·18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행위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번 포럼에서 나온 발언들, 특히 ‘북한군 개입 폭동’ 주장이 해당 법의 처벌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법적 검토나 고발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만원씨는 과거 유사한 주장을 이유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이번 포럼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절차가 개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법적 쟁점과 별개로, 국회 공식 공간에서 이뤄진 행사라는 점이 향후 논의의 성격을 규정할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권 내 역사인식 갈등 — 이례적 공개 충돌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 내에서 5·18 역사인식을 둘러싼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면화한 사례다. 홍 전 시장은 과거 대선 경선 등 여권의 주요 정치 국면마다 존재감을 드러낸 중진급 인물로, 그의 공개 비판은 단순한 개인 발언 이상의 정치적 무게를 지닌다는 해석이 따른다.

이 의원은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으며, 포럼 주최를 통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려 했는지에 대한 공식 설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혹은 침묵을 유지할지가 향후 파장의 크기를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광복절과 5·18이 맞닿은 지점

홍 전 시장이 이 글을 광복절 당일에 올렸다는 점에는 상징적 함의가 담긴다. 해방과 독립을 기념하는 날, 5·18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쟁이 여권 안에서 다시 전면에 부각됐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여전히 현재 정치 지형과 분리될 수 없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포럼 발언에 대한 법적 검토, 5·18 유족 단체와 시민사회의 추가 반응, 그리고 국민의힘 당내 논의 방향이 이후 파장의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시장 발언 이후 당내 추가적인 공개 반응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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