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씻지 않고 먹으면 암 환자에게 치명적 — 전문의와 식약처 경고

씻지 않은 상추 한 장이 항암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 씻지 않은 채소,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원인의 67%
· 항암·이식 환자는 세균 감염이 치명적으로 악화 가능
· 식약처: 소독액 담근 뒤 흐르는 물로 3회 이상 세척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씻지 않은 채소 한 줌은 감염의 직접 경로가 될 수 있다. 미국 종양내과 전문의 나지브 알 할락 박사는 씻지 않은 농산물이 암을 직접 유발하지는 않지만,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세균·바이러스 감염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단순 식중독으로 끝날 상황이, 암 환자에게는 응급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암 전문의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실수

알 할락 박사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목한 환자군이 있다. 항암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 일부 혈액암 환자다. 이들은 치료 과정에서 면역 체계가 극도로 억제된 상태에 놓이며, 이 시기에는 정상인이라면 가볍게 넘길 세균 감염조차 패혈증 등 중증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씻지 않은 채소나 과일을 그냥 먹는 습관은 생각보다 흔하다. 한 번 물에 대충 헹구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암 전문의들이 이 습관을 면역 저하 환자의 공통 위험 요인으로 일관되게 지적하는 이유다.

채소류,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원인 5년 연속 1위

국내 공식 데이터도 이 경고를 뒷받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의 원인 식품을 분석한 결과, 채소류가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환자 수로는 3,034명이다. 도시락 등 복합조리식품이 10%, 육류와 어패류가 각각 4%로 뒤를 이었다.

원인 식품 비율 주요 품목
채소류 67% (3,034명) 상추·부추·오이 등
복합조리식품 10% 도시락류
육류 4% —
어패류 4% —

상추, 부추, 오이 등을 세척하지 않고 먹거나, 씻은 후에도 상온에 오래 방치한 경우 식중독 발생 빈도가 높았다. 씻는 행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척 후 처리 방식도 안전을 좌우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2025년 전체 식중독 환자는 7,624명이었으며 원인균 1위는 살모넬라균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식중독 원인의 46%가 세균에 오염된 채소와 과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염은 밭에서 식탁까지 어디서든 일어난다

오염 경로는 단일하지 않다. 재배 단계에서 사용하는 물과 흙이 1차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수확과 포장 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미흡하면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이 표면에 남는다. 유통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여러 번 닿으며 교차 오염도 추가된다.

씻지 않은 채소나 과일을 칼로 자를 때도 문제가 생긴다. 겉면의 오염 물질이 칼날을 통해 과육 내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껍질만 더럽다고 여겨 씻지 않고 그대로 자르는 방식은 오염을 안쪽으로 직접 끌어들이는 행위다.

씻지 않은 채소를 칼로 자르면, 겉면의 균이 칼날을 타고 과육 안으로 이동한다. 껍질 문제가 아니라 자르는 순간의 문제다.

여름철 6~8월에 절반 이상 집중, 발생 시설 1위는 학교

최근 5년간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의 절반 이상이 6~8월 여름철에 몰렸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세균이 급격히 증식하기 때문이다. 발생 시설 가운데서는 학교가 가장 많았다. 대량 급식을 빠르게 처리하는 구조상 세척과 보관의 빈틈이 생기기 쉽다.

8월은 통계상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가정에서도 이 시기에는 씻은 채소를 상온에 방치하지 않도록 평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 저하 환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식약처가 권고하는 세척법 — 순서와 이후 보관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채소류 세척에 대해 구체적인 절차를 권고하고 있다.

  • 염소 소독액 또는 식초를 탄 물에 5분 이상 담근다
  • 이후 흐르는 물로 3회 이상 헹군다
  • 씻은 채소는 즉시 섭취하거나 바로 냉장 보관한다
  • 비누나 세제는 잔여물이 남을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세척 과정에서 표면에 미세한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흠집이 생기면 오히려 균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씻은 채소를 상온에 방치하면 세척의 의미가 크게 줄어든다. ‘씻어서 잠시 두었다가 먹겠다’는 방식은 안전하지 않다.

과일 껍질, 잔류 농약이 과육의 10배 이상

과일 껍질은 별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도내 유통 과일 20개 품목, 114건을 조사한 결과, 과피(껍질)의 잔류 농약 검출률이 과육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흐르는 물로 세척하면 농약 대부분이 제거된다. 그러나 잔류 농약 노출 자체를 최소화하려는 경우라면 무농약 재배 과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식약처는 설명한다. 항암 치료 중이거나 면역 억제 상태의 환자라면 이 선택지를 주치의와 상의해 검토해볼 수 있다.

항암 치료 중이라면 식이 관리를 주치의와 직접 확인해야

알 할락 박사를 비롯한 종양내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단순하다.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신선 채소와 과일을 먹더라도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척 후 보관 방식까지 포함해야 완성된 안전이다.

항암 치료 중이거나 조혈모세포 이식 등 면역 억제 상태에 있는 경우, 어떤 식품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는 주치의나 담당 영양사와 직접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세척 방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단계에 따라 허용 가능한 식품의 종류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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