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산장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불러온 파장
· 안산시 20L 종량제 봉투·한국 음식물 쓰레기 포함 확인
· 마쓰모토시, 2028년 방문객 이용 부담금 도입 추진 중
산장 SNS 한 장이 불러온 파장
나가노현 마쓰모토시 가미코치(上高地)의 산장 ‘도쿠사와엔(徳澤園)’이 최근 SNS에 올린 사진이 일본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여름 등산철을 맞아 무단 투기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공개된 사진 속 봉투 표면에 선명하게 적힌 한글이 파장의 진원지였다.
사진에 담긴 것은 경기도 안산시에서 사용하는 20리터 종량제 봉투였다. 봉투 안에는 종이·플라스틱·캔·병 등이 뒤섞여 있었고, 김치와 라면 등 한국 식품으로 보이는 음식물 쓰레기도 포함돼 있었다. 쓰레기의 출처를 국적과 연결할 수 있는 증거가 사진 한 장으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도쿠사와엔의 공식 입장: “슬프다, 그러나 특정 국적 전체를 탓하지 않는다”
도쿠사와엔 측은 SNS 게시물에서 “이번에는 대부분의 쓰레기에 한글 라벨이 붙어 있었다”며 “수거할 때마다 정말 슬픈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특정 국적의 관광객 전체를 비판하는 논조는 명확히 피했다.
산장 측이 전한 문장은 단호하면서도 균형 잡혀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대부분의 방문객과 일본인들이 규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한 뒤, “가미코치는 한 사람만의 장소가 아니라 모두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일부 방문객의 행동을 지적하되, 혐오나 배타성으로 흐르지 않으려는 현지의 태도가 읽힌다.
가미코치, 연간 166만 명이 찾는 자연보호구역
가미코치는 일본 북알프스 자락에 자리한 해발 약 1,500미터의 고원 지대로, 일본 국내외를 통틀어 손꼽히는 트레킹 명소다. 지난해에만 약 166만 명이 방문했다. 여름 등산철에 집중적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구조다.
이 지역은 자연공원법에 의해 보호되는 특별보호구역을 포함하고 있어, 쓰레기 무단 투기는 단순한 매너 문제가 아니라 법적 규제 대상이다. 산장과 탐방로 곳곳에 다국어 안내판이 설치돼 있으며, 방문객이 발생시킨 쓰레기는 직접 가져가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오버투어리즘의 복합 증상: 투기·조난·탐방로 이탈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특정 관광지에 방문객이 지나치게 집중돼 환경 훼손과 지역사회 부담이 한계를 넘는 현상을 가리킨다. 가미코치에서는 쓰레기 문제만 불거진 게 아니다. 산장 측에 따르면 조난 사고 증가와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 이를 감당하는 환경 관리 비용도 비례해서 오른다. 그러나 입장료나 관리 부담금이 없는 무료 접근 구조에서는 그 비용이 현지 지자체와 자원봉사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도쿠사와엔의 SNS 게시물은 그 구조적 부담의 단면을 사진 한 장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마쓰모토시, 2028년 이용자 부담금 도입 추진
가미코치를 관할하는 마쓰모토시는 환경 관리와 안전 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방문객에게 ‘이용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2028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이용자 부담금 도입은 일본 주요 관광지에서 확산 중인 흐름이다. 교토 등 인기 지역에서는 이미 관광세나 입장료 형태로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거나 논의 중이다. 방문객이 많아질수록 유지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도입하겠다는 논리다. 부담금이 부과되면 방문 비용이 높아지는 동시에 관리 재원도 확보된다는 점에서, 오버투어리즘 억제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겨냥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의 반응과 여론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도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한글 라벨과 국내 전용 종량제 봉투가 현장 증거로 등장한 만큼, 국적을 특정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여행객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특정 국적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반응도 나왔다.
산장 측이 특정 국적 전체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도쿠사와엔 SNS 게시물 자체가 혐오를 선동하는 성격은 아니었다는 점도 국내에서 일부 지적됐다. 그러나 종량제 봉투라는 한국 고유의 쓰레기 처리 도구가 일본 자연보호구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해외 여행 시 현지 규정 숙지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쟁점의 본질: 개인 행동과 제도적 대응의 교차점
가미코치 사례가 단순한 ‘민폐 관광객’ 논란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방문객이 늘수록 일부 이탈 행동의 절대적 빈도도 함께 증가한다.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귀결시키면 근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쓰모토시의 이용자 부담금 추진은 이 흐름에서 읽어야 한다. 방문 비용을 높여 무임 승차를 줄이고, 확보한 재원으로 환경 관리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가미코치가 이르면 2028년 유료화로 전환된다면, 일본 자연 명소 방문을 계획 중인 여행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생긴다. 현지 규정을 미리 파악하고, 쓰레기 반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번 논란이 남긴 실질적 메시지다.
출처: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