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발레’를 집객 카드로 꺼낸 진짜 이유
· 태초 대표 ‘1회 구매 30~40만원, 매출 매년 2배 성장’
· 29CM 발레 거래액 47%↑, 입점 브랜드 80% 급증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줄이 늘어섰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발레복 팝업스토어 앞에서다. 입장한 소비자들은 피팅룸으로 향해 발레복을 직접 입어 보고, 카디건과 스커트, 워머까지 세트로 담아 30만~40만원을 결제했다. 패션 트렌드로 시작한 발레코어가 실제 레슨 수요로 전환되면서, 발레가 2030 여성의 취미 시장에서 뚜렷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이 발레 팝업을 새 집객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 오픈런·5일 만에 목표 달성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7월 31일부터 발레복 브랜드 태초와 슬로우노브가 참여하는 합동 팝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말 기준 하루 방문객이 1,000명을 넘어섰고, 행사 개시 5일 만에 백화점이 설정한 목표 매출을 조기 달성했다. 팝업 초반에는 영업 시작 전부터 대기 줄이 생기는 이른바 ‘오픈런’ 수요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월 27일부터 4월 9일까지 판교점에서 첫 발레 팝업을 운영했다. 당시 목표치의 두 배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수요를 확인했고, 예상을 웃도는 결과가 나오자 무역센터점으로 장소를 옮겨 두 번째 행사를 이어 간 것이다. 같은 유통사가 동일 콘텐츠로 연속 팝업을 기획하는 사례는 드물다. 판교점 성과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기본복만 사는 고객이 없다” — 태초 대표가 밝힌 구매 패턴
발레복 브랜드 태초를 운영하는 김진아 대표는 이번 무역센터점 팝업에서도 목표 매출을 개시 3일 만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방문 고객 대부분이 기본 발레복 한 벌만 구입하지 않는다. 카디건, 스커트, 워머 등 레이어드 아이템을 함께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결과 1회 구매 금액이 30만~40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성장세도 가파르다. 태초는 2024년 7월부터 발레복을 주력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이후 매출이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발레복에 집중한 지 1년여 만에 매출이 약 4배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아이파크몰 ‘발레 아틀리에’ — 열흘간 방문객 1만 5,000명
용산 아이파크몰은 올해 6월 발레복 브랜드 6개를 한데 모은 연합 팝업 ‘발레 아틀리에’를 열었다. 행사가 진행된 열흘 동안 일평균 매출은 4,000만원을 웃돌았고, 누적 방문객은 1만 5,000명에 달했다.
아이파크몰은 올해 2월 발레복 브랜드 한 곳을 대상으로 단독 테스트 팝업을 먼저 운영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행사 기간이 흐를수록 방문객이 꾸준히 늘었고, 팝업 관련 정보가 소셜미디어에서 자발적으로 확산했다. 이를 확인한 뒤 6월에는 참여 브랜드를 6개로 늘려 본 행사를 치른 것이다. 소규모 테스트로 수요를 확인하고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불확실한 신규 콘텐츠를 유통가에서 검증하는 전형적인 접근법이다.
| 장소 | 기간 | 주요 내용 | 성과 |
|---|---|---|---|
| 현대백화점 판교점 | 3월 27일~4월 9일 | 첫 발레 팝업 | 목표 매출 약 2배 달성 |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 7월 31일~(진행 중) | 태초·슬로우노브 합동, 주말 하루 1,000명+ | 5일 만에 목표 달성, 오픈런 |
| 용산 아이파크몰 | 6월(열흘간) | 6개 브랜드 연합 ‘발레 아틀리에’ | 일평균 4,000만원+, 누적 1만 5,000명 |
발레코어에서 실제 레슨으로 — 수지·손나은 SNS가 불 지폈다
발레와 대중 소비의 접점은 패션에서 시작됐다. 2~3년 전부터 토슈즈, 레이스, 분홍빛 색감 등 발레복 요소를 일상복에 접목한 ‘발레코어’가 패션 업계 핵심 트렌드로 부상했다. 발레복 특유의 실루엣과 우아한 분위기를 일상에서 표현하는 방식이 2030 여성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고, 관련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가 주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흐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스타일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발레를 배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배우 수지, 손나은 등 유명인들이 소셜미디어(SNS)에 발레 레슨을 받는 일상을 공개하면서, 관심이 실질적인 입문 수요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패션 트렌드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영역이 확장된 셈이다.
29CM 데이터로 본 발레 시장 — 거래액 47%·브랜드 수 80% 동반 성장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성 패션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레복이나 관련 용품을 취급하는 입점 브랜드 수도 80% 늘었다. 소비자 수요가 늘자 이를 공략하는 브랜드도 동반 증가한 구조다.
온라인 브랜드가 팝업으로 향하는 이유 — ‘피팅’이라는 변수
발레복 브랜드 대부분은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된다. 소비자가 평소 제품을 직접 입어 보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팝업이 열리면 소비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발레복은 몸에 밀착되는 제품 특성상 체형이나 디자인에 따라 착용감과 실루엣이 달라진다. 직접 입어 본 뒤 구매를 결정하려는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팝업 현장에는 피팅룸과 줄자를 마련해 소비자가 신체 치수를 재고 자신의 체형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쇼룸에 가깝다. 유통 채널 입장에서도 체류 시간이 길고 객단가가 높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발적 홍보 효과까지 따라오는 구조다.
소비층 40대로 확대 — 취미로서의 발레, 유통가의 새 집객 공식
초기 발레복 소비를 이끈 것은 2030 여성이었다. 최근에는 40대까지 소비층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 유통 업계의 설명이다. 패션 트렌드에 반응하는 젊은 세대를 넘어, 취미 활동으로서 발레를 실제로 배우기 시작한 중장년 소비자가 늘면서다.
현대백화점과 아이파크몰이 잇따라 팝업을 기획하고 확대해 온 흐름은 이 시장을 단기 트렌드가 아닌 안정적인 콘텐츠 카테고리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발레 팝업이 얼마나 지속적인 집객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소비층 확대가 실제 구매 규모로 이어질지는 향후 행사 성과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