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폭염의 날, 뱀도 아이들 발치로 뛰어들었다
· 독사 오인한 시민 대피, 소방이 포획 후 야산 방사 조치
· 구렁이는 멸종위기 2급 보호종, 살무사와 외형 구별 어려워
낙동강변 물놀이 명소에서 구렁이 발견
경북 안동 시민들의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인 낙동강변 ‘실개천 물길공원’에서 7일 오후 5시쯤 길이 약 1.5m의 구렁이가 수로 안을 헤엄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안동소방서는 9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구렁이가 목격된 것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던 시간대였다.
당일 안동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를 웃돌았다. 공원에는 무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몰려 있었고, 그 가운데 대형 뱀이 사람들의 발치 근처 수로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목격되자 순식간에 술렁임이 번졌다.
독사 오인, 시민들 급히 대피
목격자 일부는 구렁이를 독사로 착각해 자리를 급히 벗어났다. 구렁이의 외형과 무늬·색깔이 국내 독사의 대명사인 살무사와 비슷하다는 점이 혼란을 키웠다.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대형 뱀을 갑작스럽게 마주한 상황에서, 독성 여부를 즉각 판단하기란 비전문가에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원 일대에서 잠시 대피 소동이 벌어졌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안동소방서가 현장에 출동해 구렁이를 포획한 뒤 인적이 드문 야산에 방사하면서 소동은 마무리됐다.
실개천 물길공원, 안동의 여름 피서 명소
사건이 발생한 실개천 물길공원은 도심 속 물놀이 공간으로 조성된 곳이다. 안동댐에서 흘러오는 차가운 물을 끌어다 약 400m 길이의 물길을 만들었으며, 수심이 20~40㎝로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피서지라는 점에서 여름철이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낙동강변에 자리한 덕분에 강바람이 더해져 체감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특히 37도를 넘는 극한의 폭염이 닥쳤던 당일처럼 피서 수요가 집중되는 날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로 특히 붐비는 장소다.
구렁이와 살무사, 왜 구별이 어려운가
이번 소동의 핵심 원인은 구렁이와 살무사의 외형적 유사성이다. 구렁이는 몸통의 무늬와 색깔이 살무사와 비슷하다. 전문가들도 두 종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지만, 물속에서 움직이는 뱀을 육안으로 빠르게 판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구체적인 차이를 보면, 살무사는 머리가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몸길이가 평균 0.4~0.7m 수준이다. 구렁이는 머리가 비교적 갸름하고 평균 몸길이가 1.5~2m에 달한다. 크기는 확연히 다르지만, 물속에서 일부만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나 빠르게 이동 중인 상황에서는 이 차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방 당국은 뱀을 발견하면 독성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 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항목 | 구렁이 | 살무사 |
|---|---|---|
| 독 여부 | 없음 (비독사) | 있음 (독사) |
| 평균 몸길이 | 1.5~2m | 0.4~0.7m |
| 머리 형태 | 갸름한 형태 |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 |
| 외형·무늬 | 살무사와 유사해 혼동 가능 | 구렁이와 무늬·색깔 유사 |
| 법적 지위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 해당 없음 |
멸종위기 2급 보호종, 포획·살해 금지
구렁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이다. 서식지 감소와 남획 등으로 국내 개체 수가 줄면서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죽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소방 당국이 구렁이를 처치하지 않고 야산에 방사한 것도 이러한 보호종 지위를 고려한 조치다. 일반 시민이 구렁이를 발견했을 때 직접 해결하려는 시도는 법적 문제는 물론 물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에게 처리를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사람도 뱀도 폭염은 못 참는다” — SNS 반응
구렁이 출몰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는 폭염과 결부된 반응이 이어졌다. “얼마나 더웠으면 물놀이까지 왔을까”, “사람도 뱀도 폭염은 못 참는 모양” 등의 댓글이 달렸다. 파충류는 변온동물 특성상 외부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물가나 그늘을 적극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올여름 전국적인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도심 수변 공원이나 물놀이 시설 근처에서 뱀 등 야생동물을 마주칠 가능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수 오동도 모터보트 전복 사고처럼 여름철 수상 공간에서의 안전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물놀이 명소의 안전 관리 범위가 자연재해나 야생동물 출몰까지 넓어지고 있다.
뱀을 발견했을 때 행동 요령
소방 당국은 야외에서 뱀을 발견했을 경우 다음 사항을 지켜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
- 뱀을 자극하거나 직접 잡으려 하지 말 것
-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리를 피할 것
- 119 또는 지자체 야생동물 관련 부서에 신고할 것
- 뱀에 물렸을 경우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하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을 것
여름철에는 수변 공원, 풀숲이 인접한 산책로, 등산로 주변에서 뱀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실개천 물길공원 같은 수변 피서지를 이용할 때는 풀숲이나 돌 틈 근처를 조심하고, 특이한 동물을 발견하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