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반대, 주민 1천명 화환 300개 시위

화환 300개가 공원을 뒤덮은 주말, 1천 명의 주민이 일제히 나섰다

· 주민 1천명, 화환 300개로 용산어린이정원 주택화 반대 시위
· 현행 특별법상 법 개정 없이 주택 공급 추진 불가
·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개 반대 입장 표명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이 8일 근조화환 약 300개로 뒤덮였다. ‘용산어린이정원은 개발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국민의 자산입니다’라는 문구를 단 화환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 검토에 반발한 지역 주민들이 각자 비용을 모아 준비한 것이다.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를 임대주택 등 주거 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조직적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화환 300개, 주민이 비용 직접 부담

서울 용산구 주민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이날 오전부터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 화환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화환은 주민들이 각자 비용을 분담해 마련한 것으로, 약 300개가 준비됐다. 주민모임은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현장에서 주택 공급 반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당초 시위는 10일이나 11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로 일정이 앞당겨졌다. 주민모임 관계자는 “오가는 시민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주말에 화환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환에 적힌 문구는 주민들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공원은 빈 땅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내일입니다’, ‘주택 공급은 다른 곳에서, 공원은 후손에게’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

용산어린이정원: 반환 부지 일부를 임시 개방한 공간

용산어린이정원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용산기지 부지 약 300만㎡ 가운데 약 30만㎡를 2023년부터 임시 개방한 공간이다.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 조성 사업을 총괄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현장 운영을 맡고 있다.

해당 부지는 아직 전체 개방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임시 운영 단계다. 반환 부지 나머지 면적의 활용 방향을 두고서는 공원 완전 조성, 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어린이정원 구역도 이 논의에 포함된 상태다.

제한보호구역 해제 이후 흘러나온 주택 공급 검토

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이뤄진 제한보호구역 해제다. 국방부 경계 외곽에 있는 어린이정원 일대 제한보호구역 13만7000㎡가 해제되면서 정부가 이 구역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부는 활용 가능한 면적과 용적률, 공원 존치 범위 등을 따져 공급 규모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임대주택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 반발이 촉발됐다.

제한보호구역 해제 면적은 13만7000㎡다. 이 면적이 곧바로 주택 공급지가 되는 것은 아니며, 법 개정과 토양 오염 정화라는 두 단계의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

법적 장벽: 특별법 개정 없이는 추진 불가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반환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며, 다른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정원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공공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거나, 해당 부지를 공원조성지구에서 분리하는 법 개정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반환 부지의 토양 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법 개정 시도 자체도 쉽지 않고, 실제 공급까지 추가적인 절차가 얽혀 있어 단기간에 구체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목 현황 주택 공급을 위한 요건
법적 근거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 국가공원 지정, 처분 금지 예외 조항 신설 또는 부지 공원조성지구 분리
토양 오염 미군 반환 부지, 오염 조사·정화 미완료 오염 조사 및 정화 완료 후 개발 가능
현재 개방 상태 약 30만㎡ 임시 개방 운영 중(2023년~) 공원 존치 범위 재설정 필요
관할 국토교통부 총괄, LH 현장 운영 서울시 협의 필요

오세훈 시장 “주택 공급 용도로 써선 안 된다”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은 정부와 서울시가 책임감을 갖고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공간”이라며 “일부라도 주택 공급 용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이 반대 입장을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조성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위치에 있다. 시장의 공개 반대 의사 표명이 향후 정부 내부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시위 전례: 화환 100개에서 300개로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이번에 처음 결성된 단체가 아니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화환 약 100개를 설치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검토 논의가 불거지면서 참여 규모는 1000여 명으로, 화환 수는 300개로 늘었다. 주민들은 주거 환경 악화와 인근 주택의 자산 가치 훼손을 주된 우려 사항으로 꼽고 있다.

향후 쟁점: 법 개정 논의와 공원 조성 방향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논의는 법 개정 여부와 당초 공원 조성 계획의 유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검토 단계라고 전해지지만, 주민 시위와 서울시장의 반대 입장이 동시에 나온 상황에서 논의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용산기지 반환 부지 전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주택 공급 필요성과 도심 공원 조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충돌로,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국회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출처: 조선비즈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