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병역 문제가 뭔 상관?”…축구 팬들도 돌아선 ‘흠집 내기’ 청문회 가이드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현안 청문회.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행정 운영의 문제점을 공식 검증하기 위해 소집된 자리였다. 그러나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질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두 아들의 병역 이행 여부가 공개 석상에서 거론되면서, 청문회장은 기관 행정 감시의 장에서 개인 가족 사생활 추궁의 자리로 전환됐다.
청문회 도중 돌연 거론된 자녀 병역 문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청문회 질의 도중 홍 전 감독에게 두 아들의 병역 이행 여부를 물었다. “두 아들 1998년생이고, 2000년생이죠?”라고 생년을 확인한 뒤 “군대 다녀왔습니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홍 전 감독이 “안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하자, 조 의원은 “자제분들에게 병역의무를 마치게 권유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홍 전 감독은 “(아들들) 본인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조 의원의 반박이 곧바로 이어졌다. “이러니까 국민들이 정말로 실망하는 겁니다, 홍명보 감독에게. 겉과 속이 너무 다른 것 아닙니까?” 이 발언이 청문회장 밖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이 청문회가 열린 이유 — 축협 행정 검증
이번 문체위 현안 청문회는 축협의 행정 운영 실태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국회 차원에서 공식 점검하기 위해 소집됐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내부 추천위원회의 역할과 절차적 투명성 등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문체위는 이를 청문 절차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홍명보 전 감독은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청문회의 핵심 의제는 축협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 감독 선임의 절차적 적정성, 대외 소통 방식 등이었다. 그러나 자녀 병역 질의가 주목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제도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물음이 남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홍명보 전 감독을 둘러싼 선수 기용 논란과 인터뷰 보이콧 의혹 등 청문회 전 쟁점은 관련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출생 자녀와 병역 — 전제 자체에 대한 의문
홍 전 감독의 두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병역법에 따르면 복수 국적자는 만 18세 이전 국적 선택 여부와 체류 이력 등에 따라 병역 의무 적용이 달라진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것 자체가 법적 의무 위반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홍 전 감독 아들들의 구체적인 법적 상황은 공개된 바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모에게 자녀의 입대 ‘권유’ 의향을 공개 청문회에서 물은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미국 출생 자녀가 자원 입대한다면 사회적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불분명한 영역에서 성인 자녀의 선택을 강요할 수 없으며, 그 권유 의향을 부모에게 청문회 자리에서 따지는 것이 어떤 제도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
조 의원은 자녀 병역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홍 전 감독을 향해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자녀의 사적 결정과 공인 부모의 공적 발언이 어떤 논리적 연결고리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반론이 나왔다. 성인이 된 자녀의 독립적 선택을 부모의 공적 가치관 일관성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뒤따랐다.
청문회의 제도적 목적은 기관 운영 관련 공인의 직무 행위를 검증하는 것이다. 증인 개인의 가족 구성원이 내린 사생활 영역의 결정까지 청문회 소재로 삼는 방식이 청문회 본래 취지와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가 ‘흠집 내기’ 장이 되는 구조
이번 청문회에서 병역 질의가 전면에 부각된 것은, 축협 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파고드는 것보다 증인 개인의 취약 지점을 공략하는 방식이 선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가 기관 감시의 기능을 넘어 증인 개인에 대한 공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는 역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치권의 접근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청문회를 통해 부각하려 했던 쟁점보다 청문회 운영 방식 자체가 논점이 됐다. 축협 행정 문제를 집중 추궁하는 질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개인 신상 공방이 전면에 나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문회 취지 vs. 실제 전개
| 항목 | 청문회 원래 취지 | 실제 부각된 내용 |
|---|---|---|
| 검증 대상 | 축협 행정·감독 선임 절차 | 홍 전 감독 자녀 병역 이행 여부 |
| 질의 성격 | 기관 제도·운영 문제 | 증인 개인 가족의 사생활 |
| 핵심 의제 | 거버넌스·절차 투명성 | 성인 자녀의 입대 ‘권유’ 의향 |
| 여론 결과 | — | 정치권 무리한 질의 비판 확산 |
팬·대중 반응 — 지지층도 등 돌린 이유
청문회 이후 축구 팬과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청문회의 취지와 무관한 사생활 문제가 전면에 부각돼 본질적 쟁점을 흐렸다는 비판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평소 홍 전 감독의 지도력에 비판적이었던 팬 일각에서도 이번 질의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자녀의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명확하게 제기됐다. 미국 출생으로 알려진 홍 전 감독 아들들이 입대한다면 사회적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선택 자체를 강요하거나 부모에게 그 책임을 묻는 방식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문회가 공론화의 장이 아닌 특정 인물을 향한 흠집 내기 자리로 변질됐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비판의 방향은 정치권으로 향했다.
축협 검증은 어디로 — 청문회 이후 남은 과제
이번 청문회가 남긴 과제는 두 방향이다. 하나는 축협 행정 개선을 위한 실질적 후속 조치다. 청문회가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결과물을 남겼는지는 별도 점검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청문회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 공인의 직무와 무관한 가족 사생활까지 청문회 소재로 삼는 방식이 관행화될 경우, 청문회 제도의 기능과 신뢰 모두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축협의 행정 구조와 대표팀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청문회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스포츠 행정 기관을 실질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직무와 직결된 구체적이고 집중된 질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