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진열대에서 ‘제로 니코틴’이라고 적힌 액상형 전자담배를 집어 드는 청소년을 상상해 보라. 라벨에는 분명 ‘무니코틴’이라 적혀 있다. 그러나 이 표기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 한국 전자담배 시장의 가장 불편한 현실이다. 무니코틴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없다’는 이름과 달리, 규제 공백 속에서 성분이 불투명한 채 유통되고 있다.
청소년을 겨냥한 ‘무해함’의 언어
경향신문 보도(2024)에 따르면, 무니코틴을 표방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거나 ‘금연을 도와주는 제품’처럼 홍보되는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이름이다. 성인도 혼동하기 쉬운 ‘무(無)니코틴’이라는 단어는 강력한 안전 신호를 보내지만, 최근 조사에서 이 표기 제품 일부에서 니코틴 또는 유사 화합물이 검출됐다. 라벨이 성분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합성니코틴법 이후 업계가 택한 우회로
이 흐름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국내 합성니코틴 규제법 시행 이후,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세금과 부담금이 붙은 합성니코틴 제품 대신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유사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네이버뉴스 기자수첩 ‘반쪽 규제 된 합성니코틴법’은 이 패턴을 정면으로 짚는다. 규제가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반복되는 구조다.
핵심은 분류 문제다. 무니코틴 제품은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 판매 제한이나 성분 공개 의무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무니코틴’이라는 이름이 규제 장벽을 낮추는 언어적 방패가 됐다. 이름이 규제를 이긴 셈이다.
무니코틴 제품을 고를 때 어떤 성분 기준을 봐야 하는지는 무니코틴 무타르 전자담배 성분 기준 가이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금연 도구’라는 착각과 이중 사용의 덫
메디컬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83.5%가 무니코틴 전자담배도 유해하다고 인식했다. 그런데도 금연 목적으로 무니코틴 전자담배를 시작했다가 일반 담배와 병행하는 ‘이중 사용’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쓰는 접근 자체가 근거가 취약한데, 무니코틴 제품은 성분 불명확성이라는 문제를 하나 더 얹는다.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무니코틴이라서 습관 형성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전자담배 흡입 행위 자체가 습관화될 수 있고, 성분 불투명 제품의 경우 실제 무엇을 흡입하는지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 ‘이중 사용의 덫’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라벨 앞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
- 성분 공개 여부 먼저 확인: 성분표가 없거나 불명확한 제품은 선택하지 않는다.
- ‘무니코틴’ 표기 맹신 금지: 라벨이 아니라 제3기관 검사 결과 공개 여부를 따진다.
- 금연 목적이라면 의료 기관 상담: 전자담배는 식약처 승인 금연 치료제가 아니다.
- 청소년 보호자라면 구매 경로 주의: 일반 담배보다 청소년 접근이 쉬울 수 있다.
이름이 안전을 만들지 않는다
‘무니코틴’은 안심을 파는 마케팅 언어다. 규제 공백, 성분 불투명성, 청소년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무해하다’는 인식은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 투명한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소비자의 가장 강한 방어선은 라벨을 의심하는 시선이다.
자주 묻는 질문
무니코틴 전자담배에는 정말 니코틴이 없나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무니코틴' 표기는 마케팅 언어일 뿐, 성분 검사에서 니코틴 또는 유사 화합물이 검출된 제품이 실제로 확인됐습니다. 제3기관 검사 결과가 공개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니코틴 전자담배로 금연할 수 있나요?
현재까지 무니코틴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 수단으로 인정한 식약처 승인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무니코틴 전자담배를 시작했다가 일반 담배와 병행하는 '이중 사용'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무니코틴 전자담배는 청소년이 구매해도 되나요?
많은 무니코틴 제품이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청소년 판매 제한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규제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입니다.
합성니코틴 규제 이후 무니코틴 제품이 늘어난 이유는?
2024년 합성니코틴 규제법 시행으로 관련 제품에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되자, 업계가 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무니코틴' 또는 '유사니코틴'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