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가 된 날, 콜라빛 소변이 보낸 경고
· 항암 중 와인 주 2회·20알 보충제 — 논문 검토 뒤 내린 선택
· ‘의식은 계속된다’ — 40년 내과의가 공개한 사후세계 연구
정현채 서울대학교 소화기내과 명예교수(71)는 2018년 1월 자신의 소변에서 콜라빛 혈뇨를 발견했다. 눈을 비볐지만 검붉은색은 분명했다. 그 길로 병원을 찾은 그는 방광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60%에 불과한 암이었다. 정 교수는 그 문턱을 넘겨 현재 8년째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항암 치료 중 와인을 마신 이유, 매일 챙기는 20알의 보충제, 그리고 사후세계 연구까지 공개했다.
2018년 1월 — 소화기내과 의사의 자기 진단
정 교수가 이상을 알아챈 것은 소변 색깔이었다. 노란색이 아닌 콜라를 닮은 짙고 검붉은 빛이었다. 평생 환자의 혈뇨를 판독해온 그는 보자마자 “비뇨기계 암이겠구나” 직감했다고 말했다. 30~40대에 이 같은 혈뇨를 발견했다면 전립선염 등을 먼저 의심했겠지만, 당시 60대였던 그는 최악의 경우부터 상정했다.
정 교수는 즉시 병원을 찾았고, 방광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비뇨기과 동료 의사는 “암세포가 방광 표면을 뚫고 그 아래 근육층까지 퍼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방광 점막층에 국한된 초기를 벗어나 고유근층까지 침범한 상태였다. 힘든 항암 치료와 수술이 차례로 이어졌다.
방광암 2기가 까다로운 이유 — 5년 생존율 60%의 실체
방광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분류된다.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은 낮다. 정 교수가 직접 밝힌 수치는 명확하다. 방광암 2기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60%다. 역으로 보면, 수술 후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는 비율이 10명 중 4명이라는 뜻이다.
방광암의 재발 관리가 어려운 것은 방광 내 다른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생기는 특성 때문이다. 근육층까지 침범한 2기에서는 수술 범위가 달라지고 이후 추적 검사도 장기화된다. 5년이라는 기준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재발 없이 버텨야 하는 임상적 마디다.
| 시기 | 경과 |
|---|---|
| 2018년 1월 | 콜라빛 혈뇨 발견, 방광암 2기 진단 |
| 2018년 | 항암 치료 및 수술 진행 |
| 2023년 8월 | 완치 판정 (진단 후 5년 경과) |
| 2026년 현재 | 8년째 건강 유지 중 |
매일 아침 1km 수영에도 — 야간 빈뇨를 놓친 이유
정 교수는 암 진단 이전부터 건강 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심근경색, 어머니는 대동맥 박리로 세상을 떠났다. 4살 위 형도 10년 전 대동맥 박리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 가족력을 고려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에 집중했고, 매일 아침 1km씩 수영했으며,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방광암 신호를 지나쳤다. 밤에 화장실을 자주 찾는 야간 빈뇨였다. 정 교수는 당시 이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증상, 전립선 비대증으로만 여겼다고 했다. 60대 이상 남성에게 수면 중 한두 번 소변으로 깨는 일은 흔하다. 그 익숙함이 방광 이상 신호를 가렸다. 그는 이를 “간과했던 치명적인 화장실 습관”이라고 표현했다.
혈뇨, 특히 콜라빛이나 갈색 빛을 띠는 진한 혈뇨는 방광암의 경고 신호로 거론된다. 60대 이상 남성이라면 야간 빈뇨를 전립선 문제로만 단정하기 전에 소변 색 변화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의 경우 혈뇨를 발견한 즉시 병원을 찾은 것이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항암 중 와인 주 2회 — 전 세계 논문을 뒤진 결과
정 교수는 항암 치료 중 와인을 주 2회 마셨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전 세계 논문을 검토한 뒤 내린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항암 치료 중 알코올 섭취는 치료 효과나 부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의료진이 자제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근거로 삼았는지는 별도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그는 매일 20알의 보충제도 챙긴다고 밝혔다. 어떤 성분을 왜 복용하는지에 대한 세부 내용 역시 별도 인터뷰에 담겼다. 그는 이를 “항암 치트키”로 표현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을 일반인이 임의로 따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가 선행돼야 한다.
“육체는 사라져도 의식은 계속된다” — 40년 내과의가 연구한 사후세계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40년을 보낸 전문의가 사후세계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육체는 사라져도 의식은 계속된다. 다른 삶으로서의 이동이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직접 들었다고도 했는데, 그 내용은 별도 인터뷰에서 공개됐다.
임상 현장에서 수십 년을 보낸 내과 전문의가 사후세계에 대한 견해를 공개 석상에서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 교수가 암 진단 이후 죽음학(thanatology)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스스로가 생존 확률과 직접 마주한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견해가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직접 검토한 연구와 사례에 근거한 것임을 밝혔다.
100세 시대, 암 발생은 확률의 문제
정 교수는 인터뷰에서 암 발생 구조에 대한 관점을 직접 제시했다. “암에 걸리지 않는 부위가 딱 세 군데 있는데, 머리카락, 손톱, 발톱이다. 나머지에는 다 생긴다.”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암이 발생할 확률도 올라간다는 논리다. 과거 평균 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암에 걸릴 기회 자체가 적었지만, 100세 시대에는 암이 노화의 동반자처럼 따라오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라는 점을 근거로, 확률적으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암을 ‘내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짚었다. 혈압·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매일 수영을 하던 의사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 발언에 무게를 더한다.
정 교수의 사례는 두 방향의 메시지를 담는다. 철저한 건강 관리도 암을 완전히 막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상 신호를 발견하는 즉시 행동한 것이 결과를 달리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콜라빛 혈뇨를 보고 망설임 없이 병원을 찾은 선택이, 8년 후 건강한 오늘의 출발점이 됐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