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밖에 있어도 선순위 근저당이 레버리지를 묶는다
· 사내대출은 DSR 미적용이지만 1순위 근저당 설정으로 은행 추가 대출 여력 제한
· 금융당국, 사내·금융권 대출 단순 합산해 여력 판단 말 것 강조
9월 시행 확정…삼성전자 사내 주택대출의 구체 조건
삼성전자는 오는 9월 1일부터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택 매매 시 최대 5억원을 연 1.5% 금리로 지원하는 주거 안정 제도를 도입한다. 적용 대상 주택은 매매가 25억원 이하이며,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로 범위가 한정된다.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가 위치한 서초구 우면동을 비롯해 반도체 사업장이 밀집한 수도권 임직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통상 연 3%대 이상인 상황에서 연 1.5%라는 조건은 확연히 낮다. 임직원들 사이에서 이 제도를 실제 주택 구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온라인 부동산·대출 관련 커뮤니티에는 사내대출을 받은 뒤 부족한 잔금을 후순위 담보대출로 추가 조달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글까지 등장했다.
사내대출이 DSR 규제 밖에 있는 구조
이번 대출이 단순한 복지 제도를 넘어 시장의 이슈가 된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적용을 직접 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전체 금융권 부채의 원리금 상환 비율을 제한하는 규제로, 수도권 기준 1금융권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DSR까지 추가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대출은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임직원에게 직접 공급하는 자금이다. 금융당국도 사내대출에 가계대출 규제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내대출이 사실상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별도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고강도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저리의 대규모 자금을 별도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은 것이다.
선순위 근저당 설정 —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핵심 변수
그러나 DSR 비적용이 추가 대출 여력 확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사내대출 실행 시 해당 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안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원금의 110~1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이어서, 5억원을 빌리면 최대 6억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걸린다.
근저당권은 채권자가 담보물에 대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법적 장치다.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이후 같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려 하면, 은행은 이미 설정된 선순위 채권 규모를 차감하고 남은 담보 가치 내에서만 대출 가능액을 산정한다. DSR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은행 추가 대출 한도를 자동으로 확보해 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 항목 | 삼성전자 사내대출 5억 활용 | 은행 주담대만 활용 |
|---|---|---|
| 적용 금리 | 연 1.5% | 연 3%대 이상 |
| DSR 적용 여부 | 사내대출 부분 미적용 | 전액 적용 |
| 선순위 근저당 설정액 | 최대 6억원 (5억 × 120%) | 은행 대출액 기준 설정 |
| 추가 은행 대출 여력 | 선순위 근저당 차감 후 잔여 담보 범위 | LTV 한도 내 전액 가능 |
| 후순위 담보대출 가능성 | 이론상 가능, 실제 조달액 제한적 | 해당 없음 |
15억원 주택 매수 시나리오로 본 실제 한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15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담보 가치 기준으로 은행 주담대 최대 한도는 6억원이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 사내대출 5억원을 받아 6억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다면, 은행이 추가로 인정할 수 있는 담보 여력은 사실상 거의 남지 않는다.
매입 자금이 부족하면 후순위 담보대출을 검토하게 되지만, 이 경우도 구조는 같다. 선순위 채권을 제외한 잔여 담보 가치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선순위 근저당 규모가 클수록 후순위 금융회사가 회수할 수 있는 담보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금융권의 일반적인 원리다.
후순위 담보대출로 잔금 조달이 가능한가
후순위 담보대출 상품 자체는 시장에 존재한다. 선순위 채권자가 이미 담보권을 확보한 주택을 대상으로 추가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후순위’라는 명칭이 선순위 근저당과 무관하게 별도의 대출 한도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후순위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도 주택 담보 가치와 이미 설정된 선순위 채권 규모를 함께 따져 대출 가능액을 산정한다. 여기에 금융회사에서 받는 후순위 주담대는 사내대출과 달리 금융권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LTV 40% 제한과 스트레스 DSR이 모두 적용될 수 있으며,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 상황에 대한 별도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내대출 5억원 확보 후 후순위 담보대출로 부족한 잔금 전액을 조달하는 방식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실제 조달 가능액은 상당히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융당국이 강조한 자율관리 기준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 사내대출의 자율관리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강조했다. 사내대출과 금융권 대출을 단순히 합산해 대출 여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적용한 1순위 근저당권 설정 방식과 주택가격·면적 제한 조건은 다른 기업들이 사내 주택대출 제도를 설계할 때 참고할 기준으로 당국이 직접 제시한 사례다. 처음 제기됐던 규제 우회 우려는 근저당 설정 구조로 인해 실제로는 상당 부분 차단되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사내대출이 남기는 실질적 혜택과 유의점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사내대출 제도의 핵심 혜택은 유효하다. 시중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조건으로 최대 5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은 무주택 임직원 입장에서 실질적인 주거 지원이다. 다만 이 대출만으로 고가 주택을 매수하거나, 은행 추가 대출을 대규모로 병행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실제 주택 구매를 검토하는 임직원이라면 사내대출과 은행 대출을 단순히 더하기보다, 선순위 근저당 설정 조건과 후순위 대출 심사 기준, LTV 및 DSR 규제를 모두 따져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금융권은 이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으며, 당국의 관리 기조도 같은 방향이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