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채워도 협박 멈추지 않았다
· 2012년생, 생일 따라 형사처벌 불가 촉법소년 해당 가능
· 정부, 강력범죄 한해 촉법소년 기준 13세 미만 하향 검토
수갑 채운 채 경찰차 안에서 — 영상 속 상황
경찰차 뒷좌석,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학생이 스마트폰을 들고 직접 영상을 찍는다. 체포된 상태에서 경찰관과 말을 주고받는 내내 협박과 욕설이 이어진다. 유튜브 채널 ‘킹받쥬’가 지난 8월 8일 ‘체포가 콘텐트가 된 요즘 10대 SNS’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쇼츠 영상이다.
경찰관이 나이를 묻자 학생은 “12년생이다. 개XX야”라고 답했다. “12년생이면 몇 살이냐”는 재확인 질문에 “중2, XX아 생각을 해”라고 받아쳤다. 이어 “너 나 건드렸다? 난 너 안 건드리고 말로만 했어. 내가 어떻게든 X쳐줄게”라는 말이 나왔다. 경찰관이 시끄럽다며 제지하자 “내가 네 부모도 싹 다 건드려줄까”라는 협박이 뒤따랐다.
학생은 경찰관 얼굴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이밀며 “얼굴 좀 보여줘라, 나도 너 찍어서 올리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동적으로 분을 참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콘텐츠로 가공하려는 시도가 담긴 행동이다.
8월 17일 기준 505만 뷰 — 확산과 여론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8월 17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505만 회 이상, 댓글 1만 7000개를 넘어섰다. 수갑이 채워진 청소년이 체포 현장을 직접 촬영해 공개했다는 구도 자체가 화제를 모았다. 피의자가 자신의 체포 장면을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 일탈 영상을 넘어선 사회적 맥락을 담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네티즌 반응은 제도 비판으로 수렴됐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빨리 하향해야 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 “중학생의 협박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영상 제목인 ‘체포가 콘텐트가 된 요즘 10대’라는 표현이 역설적으로 현실을 그대로 담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학생, 처벌받나 — 생년월일이 가르는 법적 경계
영상에서 학생은 스스로 2012년생이라고 밝혔다. 올해 생일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 현재 만 13세로, 현행 「소년법」상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미성년자 중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어떤 범죄 행위를 했더라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며, 경찰관을 향한 협박·욕설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올해 생일이 이미 지났다면 만 14세 범죄소년으로 전환돼 경찰·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소년부 송치나 형사재판 가능성도 열린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 생일 며칠 차이가 형사처벌 가능 여부 자체를 가르는 구조다. 이 경직성이 연령 기준 논쟁이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촉법소년과 범죄소년 — 연령별 처리 체계 비교
「소년법」은 청소년 범죄를 연령에 따라 다르게 처리한다. 만 10세 미만은 법적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촉법소년이다. 경찰이 사건 전부를 소년부로 의무 송치하며, 법원이 심리를 통해 1호(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10호(소년원 장기 위탁)까지의 보호처분을 결정하거나 불처분으로 종결한다. 형사 전과가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 범죄소년과의 핵심 차이다.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경찰과 검찰의 정식 수사를 받는다. 검사가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형사재판에 기소할 수 있으며,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 형사처벌이 선고될 수 있다.
| 구분 | 촉법소년 | 범죄소년 |
|---|---|---|
| 연령 기준 |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 |
| 처리 경로 | 전원 소년부 의무 송치 | 소년부 송치 또는 형사재판 |
| 최대 처분 | 10호 보호처분(소년원 장기 위탁) | 형사처벌(실형·집행유예 등) |
| 형사 전과 | 남지 않음 | 형사재판 시 기록 |
성평등부, 조건부 하향 공식 제안 — 국무회의 보고까지
정부 논의는 이미 공식 절차를 밟고 있다. 성평등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강력·중대·반복범죄에 한해 ‘만 10세 이상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고,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보고됐다. 전면 하향이 아니라 범죄 유형과 반복성을 기준으로 한 조건부 하향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연령 기준 전면 하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으로 제시됐다. 경미한 비행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고 강력·반복 사건에만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앞당기는 구조다. 다만 ‘강력·중대·반복’의 구체적 정의와 판단 기준을 어디서, 어느 단계에서 결정하느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 “낮추긴 낮춰야…여론조사 해보자”
이재명 대통령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해 “(낮추긴) 낮춰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세부 방식은 유보했다. 일괄 하향과 조건부 하향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기준을 얼마나 낮출지는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 사이에 국민 의견 수렴을 또 해보자.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든지”라며 추가 여론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정부는 이 지시에 따라 여론조사 형식의 추가 의견 수렴을 진행할 전망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루는 주요 사회 정책 현안 중 하나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와 주요 정책 기조를 함께 살펴보면 현 국면의 정치적 맥락이 보다 명확해진다. 여론조사 시기와 설계 방식, 최종 정책안 확정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체포 영상의 콘텐츠화 — 남은 과제들
이번 논란이 남긴 쟁점은 연령 기준만이 아니다.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경찰관 얼굴을 직접 촬영하려 한 시도는 현장 법 집행의 실질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수사 현장에서 경찰관 촬영을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없어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영상이 공개된 뒤 비로소 여론이 형성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소년 강력범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동일한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 이번에는 정부가 국무회의 보고까지 마치고 여론조사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이전 논의와는 다른 국면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국회 입법 과정이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