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86만원 받다 떠나는 9급…300만원 시대 열리나
· 전체 공무원 보수 3.4~3.9% 인상 합의
· 지역 가산점·전문관 경로 등 인사제도 전면 개편
정부가 내년(2027년)부터 9급 공무원 1호봉 초임 보수를 월 3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공식 추진한다. 인사혁신처는 8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공직을 떠나는 저연차 공무원이 늘자 보수 인상을 통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9급 초임 286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내년도 예산에 담는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9급 1호봉, 즉 최하위직 첫해 공무원의 월급이다. 올해 기준 9급 1호봉 보수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합산해 연간 3,428만원,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286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내년부터 월 3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대비 약 14만원을 더 얹는 구조다. 정확한 인상 폭은 기획예산처 심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안에 최종 반영될 예정으로, 이번 발표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세부 산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300만원 목표치와 실제 반영액 사이에 조정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체 공무원 보수 3.4~3.9% 인상, 위원회 합의 완료
9급 초임 인상과는 별도 트랙으로, 전체 공무원 보수 인상률도 윤곽이 잡혔다. 2027년도 공무원 보수 수준을 논의해 온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내년도 보수를 3.4~3.9% 올리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구체적인 인상 폭은 기획예산처 심의와 내년도 예산안 확정 과정에서 결정된다.
9급 초임 300만원 달성과 전체 공무원 3~4%대 인상이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보수 예산 규모는 상당 폭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공직사회 경쟁력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재정 당국과의 최종 조율이 향후 관건으로 남는다.
저연차 공무원 이탈, 임금 경쟁력 약화가 핵심 원인
이번 개편의 배경은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공직을 조기에 떠나는 저연차 공무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임금 경쟁력 약화가 신규 및 저연차 실무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비슷한 이탈 흐름은 공공 부문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8년 새 의원면직이 3.5배 급증하며 실무 인력 77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공직의 전통적 장점으로 꼽히던 안정성이 퇴색하면서 민간과의 처우 격차가 실질적 이탈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구분모집 6%→10%, 15년 거주자에 가산점 3% 신설
지역 청년의 공직 진입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현재 전체 9급 공개경쟁채용 선발 인원의 약 6% 수준인 지역 구분모집 비중을 2028년까지 1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지역인재추천채용제’의 7·9급 추천 요건도 완화해 지방 청년의 지원 문턱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비수도권 장기 거주자를 우대하는 ‘지역 가산점’ 제도도 신설된다. 지역 근무를 전제로 공무원을 채용하는 경우, 해당 지역에 15년 이상 거주한 지원자에게 3%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방 공직 인력을 현지에서 충원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창업 경력·자격 취득 전 업무도 인정, 경력 채용 문턱 낮춘다
경력 채용 과정의 인정 범위도 넓어진다. 창업 등 개인사업자 경력과 자격증을 취득하기 이전의 관련 업무 경력까지 경력 채용 과정에서 인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학위 취득 예정자도 응시 자격을 얻게 된다.
그간 경력이나 학력 요건이 맞지 않아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문제 인식에서 나온 조치다. 다양한 경로를 거친 청년들이 공직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진입 조건을 유연화하겠다는 취지다.
AI·특허·산업안전 전문가 공무원 2028년까지 1200명 확보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는 ‘전문가 공무원’ 육성도 이번 계획의 한 축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특허기술 심사, 산업안전 감독·수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2028년까지 전문가 공무원 1,200명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전문관 제도’가 도입된다. 6급부터 전문관, 수석전문관으로 이어지는 별도 성장 경로를 마련해, 일반 승진 트랙과 구분되는 전문직 경로를 갖추는 구조다. 민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자리에는 외부 인재 영입도 확대한다. 개방형 직위를 2030년까지 500개 이상으로 늘리고, 각 부처가 일부 직위에 대해 민간 수준의 연봉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한다.
5급 조기 승진제·6급 공모 직위제, 성과자 빠른 경로 열어
성과 우수 공무원의 조기 승진을 가능케 하는 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역량과 성과가 검증된 6급 공무원이 심사를 거쳐 5급으로 조기 승진할 수 있는 ‘5급 조기 승진제’가 운영된다. ‘6급 공모 직위제’도 신설해, 능력을 인정받은 7급 공무원이 기존 연공 서열 방식보다 빠르게 6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국민이 체감하는 정부의 변화는 결국 공직사회가 얼마나 실력 있게 일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며, 합당한 보상을 받는가에 달려 있다”며 “인사혁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활력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개편 항목 | 현행 | 변경 내용 | 목표 시점 |
|---|---|---|---|
| 9급 1호봉 초임 보수 | 월 286만원(연 3,428만원) | 월 300만원 수준 | 2027년 |
| 전체 공무원 보수 인상률 | — | 3.4~3.9% | 2027년 |
| 지역 구분모집 비중 | 약 6% | 10% 수준 | 2028년 |
| 전문가 공무원 수 | — | 1,200명 이상 | 2028년 |
| 개방형 직위 수 | — | 500개 이상 | 2030년 |
예산 반영·법령 정비, 실현까지 남은 과제
이번 발표는 정부 방침 수준이다. 지역 가산점 신설, 부전문관 제도 도입, 개방형 직위 확대 등 개별 제도는 관련 법령이나 규정 정비가 선행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예산 당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9급 초임 인상 폭이 300만원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공직 이탈을 막기 위한 보수 인상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다만 재원 확보 방식과 각 제도의 설계 완결성이 실제 효과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올해 4월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 넉 달 만에 나온 이번 발표가 향후 공직 지원 동향과 저연차 이탈 추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출처: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