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곡소리…블룸버그가 연일 조명한 코스피의 역설
· 블룸버그, 레버리지 ETF 허용→급락→재규제 정책 역풍 조명
· 구윤철 부총리 국회 사과·긴급회의…대통령실 이례적 참석
세계 최고 상승률과 사상 최대 변동성이 한 해에 공존한 코스피
2026년 코스피는 연초 대비 50% 넘게 오르며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장의 양대 축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올해 코스피가 하루 등락률 5% 이상을 기록한 날이 32차례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코스피 출범 이후 가장 변동성이 큰 해라고 표현했다.
폭락은 빠르게 왔다. 최근 코스피는 한 달 전 기록한 고점 대비 약 40% 급락하면서 세계 주요국 지수 가운데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초 대비 세계 최고 상승률과 기록적인 변동성이 동시에 출현한 역설이 한국 증시의 올해를 압축한다.
블룸버그 기사 제목: ‘증시 띄우던 이재명 대통령, 극심한 급등락에 역풍’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증시 띄우던 이재명 대통령, 극심한 급등락에 역풍'(Stock-Loving Korean President Under Fire Over Wild Market Swing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시장 급등락 속에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시황 분석이 아니라 정책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기사다.
원화 약세 압력과 서학개미 자금 유출…레버리지 ETF 도입의 배경
블룸버그 보도가 짚은 정책 배경은 자금 유출 문제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늘면서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 자금 유출이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26년 1월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만나 국내 증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정부는 부동산과 해외주식에 집중된 가계자금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했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기초자산의 하루 등락률을 2배 등 일정 배수로 추종, 손익을 증폭시키는 고위험 상품이다.
5월 말 첫 상장 이후 거래 쏠림 심화…전체의 70% 넘어
금융당국은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다.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에 상장됐다. 상장 이후 거래 구조는 빠르게 바뀌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이들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한때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두 대형주와 관련 파생상품으로 시장 전체 거래가 집중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레버리지 ETF가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주로 전문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상품인 반면, 한국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보유하게 됐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이 구조적 차이가 이후 급락 충격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 시점 | 주요 사건 |
|---|---|
| 2026년 1월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국내 증시 활성화 방안 논의 |
| 2026년 5월 말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국내 첫 상장 |
| 2026년 7월(추정) | 코스피 연초 대비 50%대 상승으로 고점 형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및 관련 ETF 거래대금 70% 초과 |
| 2026년 7월 말 | 코스피 고점 대비 약 40% 폭락, 정부 최고위층 비상 대응 |
| 2026년 8월 3일 | 블룸버그, 이재명 정부 증시 정책 역풍 기사 보도 |
레버리지 ETF 관련 규제 대응 경과에 대해서는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손실 논란과 금융위 기본예탁금 3000만 원 상향 조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남미 순방 중 폭락…”정부 최고위층 비상”
코스피가 한 달 전 고점 대비 약 40% 폭락하자 정부 최고위 당국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고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11일 일정의 외교 순방으로 남미에 머물고 있었다. 핵심 참모진 상당수도 동행 중이었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해외에서 국내 증시 붕괴 상황을 지켜보며 급락세를 막을 대응책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총리 국회 사과·긴급회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이례적 참석
국내에서는 동시다발적 위기 대응이 이뤄졌다. 금융당국 수장 2명이 예정된 휴가를 취소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사과한 뒤 경제당국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실 인사가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정부가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허용→급락→재규제…정책 일관성 쟁점으로
정부는 급락 이후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투자를 억제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빠르게 허용했다가, 시장이 급락하자 다시 규제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흐름을 “증시를 띄우려 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역풍을 맞은 상황”으로 표현했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 도입이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보도가 문제 삼은 것은 정책 방향 자체가 아니라 속도와 시장 구조 간의 간극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해외 대비 유독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설계였는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질문으로 남았다.
급락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저점 매수에 나서며 상반된 자금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저가매수, 고액 자산가 2436억 집중 배경은 이 국면에서 관찰된 시장 움직임을 다뤘다.
블룸버그가 짚은 구조적 문제: 전문투자자 vs 개인투자자
블룸버그 보도의 핵심 시각은 제도 설계 적합성이다. 해외 주요 시장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전문투자자 접근성을 제한하는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투자자 중심 거래가 유지될 때와 소매 개인투자자가 대거 유입될 때 시장 충격의 전달 경로와 크기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금융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논점이다.
다만 코스피의 올해 극단적 변동성에는 레버리지 ETF 외에도 AI 반도체 섹터 집중, 외국인 수급 변동성, 대외 거시경제 여건 등 복합적인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인과 관계를 단일 요인으로 귀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병존한다. 블룸버그 보도도 이 점을 단정 짓지 않고 정책 경로 문제로 프레임을 한정했다.
향후 변수: 안정화냐, 변동성 재연이냐
정부는 현재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접근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코스피가 추가 안정을 찾을지, 아니면 반도체 업황 변화나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재연될지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
블룸버그가 이 사안을 연일 조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증시와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국제 금융 미디어의 주요 관찰 대상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정책 설계와 시장 구조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 나갈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출처: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