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생겼는데… 원청 사장은 왜 전관을 불렀나
· 레미콘 중소사 98%, 파견으로 인건비 절감
· 노란봉투법에도 원청 교섭 거부·전관 선임 논란
레미콘 믹서트럭 파견 기사의 일급은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지입차량 기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오마이뉴스의 노동 전문 칼럼 ‘[이동철의 노동 OK]’는 경기도 김포시의 한 레미콘 제조회사 사례를 통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에도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검찰총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정규직 17명, 운송 기사 42명 전원 간접 고용
50대 김동욱씨는 경기도 김포시의 한 레미콘 제조회사에서 믹서트럭 운전을 한다. 이 회사는 수도권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하며, 직접 고용한 정규직은 17명이다.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다. 반면 실제로 레미콘을 싣고 납품하는 운송 노동자 42명은 전원 간접 고용이다.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파견 기사 35명, 지입차량 기사 7명으로 구성된다.
김씨는 서울 소재 인력파견업체와 인터넷 전자근로계약을 맺었다. 파견업체 담당자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자는 서울에 있고 실제 근무지는 경기도 김포다. 이 레미콘사는 서울의 3개 파견업체를 통해 운송기사의 8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전국 믹서트럭 2만 6400대, 이 중 90%가 지입차량
2025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레미콘 믹서트럭은 약 2만 6400대다. 레미콘운송총연합회에 따르면 이 중 약 90%인 2만 2000대가량이 지입차량이다. 기사가 차량을 직접 소유하고 레미콘 제조회사와 계약해 운송을 수행하며,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배송 1회당 보수를 받는다.
월급제로 회사 소유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는 전국에 약 3600명이다. 수도권에서는 레미콘사들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파견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칼럼은 그 이유로 인건비 절감을 명시했다.
파견 기사 월 고정급 약 280만 원, 계약 구조를 보면
김씨의 임금 구조는 세 항목으로 나뉜다. 오전 8시~오후 5시 기본 근로에 대한 월 기본급 215만 6880원, 월 26시간 연장근로를 전제로 한 포괄연장수당 40만 2480원, 월 2일 휴일근로를 조건으로 한 포괄휴일수당 23만 7680원이다. 합산 월 고정급은 약 280만 원이다. 월 평균 18일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급은 약 15만 5000원이 나온다.
지입 기사 vs 파견 기사, 수입 구조 비교
2026년 수도권 기준 레미콘 운송 1회당 단가는 8만 원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믹서트럭 1일 최대 운행 횟수는 5회다. 건설경기가 위축된 2026년 현재 일평균 약 4회 운행을 가정하면 지입차량 기사의 하루 수입은 32만 원, 월 18~19일 운행 기준으로 570만~600만 원이 된다.
| 항목 | 지입차량 기사 | 파견 기사 |
|---|---|---|
| 고용 형태 | 개인사업자(차량 직접 소유) |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
| 임금 산정 | 운송 1회당 단가(8만 원) | 월 고정급 |
| 일급(2026년 기준) | 약 32만 원(하루 4회 기준) | 약 15만 5000원 |
| 월 수입(추산) | 570만~600만 원 | 약 280만 원 |
| 차량 유지비 부담 | 본인 부담(보험·세금·감가상각) | 해당 없음 |
지입차량 기사는 차량 보험료, 자동차세, 할부금, 감가상각비 등 유지비 일체를 본인이 부담한다. 총수입 570만~600만 원에서 이를 차감하면 실질 수령액은 크게 줄어든다. 칼럼은 이를 두고 “지입차량 기사의 임금이 높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파견 기사의 노동력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명기했다.
전국 레미콘사 98% 이상이 중소기업, 파견으로 인건비 회피
전국 1000여 개 레미콘 제조회사 중 98%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수도권 중소레미콘사들은 파견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파견 기사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고정급만 지급하는 구조를 택한다. 직접 고용 시 발생하는 퇴직금,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 복리후생 비용 등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칼럼이 지적하는 구조적 모순은 업무 방식에 있다. 지입차량 기사에게는 운송 횟수당 보수를 지급하면서 파견 기사에게는 월급제를 적용하되, 실제 업무는 동일하게 부여한다는 점이다. 운송 횟수가 늘어도 파견 기사의 수입은 늘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에도 원청 교섭 거부, 검찰총장 출신 전관 선임
칼럼이 다루는 핵심 쟁점은 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은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칼럼에 따르면 일부 원청 사업주는 법 시행 후에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칼럼 제목이 언급한 사례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맞서 원청 사업주가 검찰총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경우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하는 파견 기사들의 교섭 요구에 사측이 고액의 법률 비용을 투입해 대응에 나선다는 점에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만의 문제 아닌 간접 고용 구조의 반복
원청이 직접 고용을 피하고 파견·지입 구조로 운송 인력을 운용하는 방식은 건설·물류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란봉투법이 교섭권을 법제화했더라도, 원청이 법률 대리인을 내세워 교섭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여지는 구조적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칼럼이 제기한 하청 노조와 원청 사업주 간의 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