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 제안 거절…그를 정읍에 붙잡은 ‘술’의 정체
· 33년 지방간 소멸·검은머리 재생…정체불명 ‘술’ 화제
· 장애 발병률 9.8%, 전국 평균 2배 지역 의료 공백 현실
진료실 문밖까지 따라나오는 ‘호랑이 교수’
지난달 전북 정읍군 고부보건지소 진료실에 밤새 열에 시달렸다는 80대 할머니가 울상을 한 채 들어섰다. 임경수(69) 소장은 청진기를 대고 언제부터 열이 났는지, 숨쉬기는 편한지, 밥맛은 어떤지 꼼꼼히 물었다. 이 보건지소에는 엑스레이 장비가 없다. “시내 보건소 가서 폐 엑스레이 찍어오세요”라는 당부가 열 번 가까이 이어졌다. 진료실 문밖으로 따라 나오면서까지 주의사항을 거듭 확인하는 동안 30분이 훌쩍 지났다.
임 소장의 진료 방식은 이처럼 환자 한 명에 최소 30분이다. 농촌 고령 환자의 경우 의사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복과 확인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이 현실에 맞춘 진료 방식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 ‘시골 보건지소 의사’의 전직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 장면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한국 응급의학 체계를 처음 만든 인물
임경수 소장은 한국 최초로 응급의학 체계를 완성하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를 창설한 인물이다. 후배 의사들 사이에서 ‘호랑이 교수’로 통하던 응급의학계 원로가 지금은 전북의 농촌 보건지소 진료실에서 팔순 할머니의 가슴을 짚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한 뒤, 정읍아산병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 구분 | 내용 |
|---|---|
| 이름·나이 | 임경수 (69세) |
| 전직 |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정읍아산병원장 |
| 현직 | 전북 정읍 고부보건지소 소장 |
| 현재 월급 | 380만 원 |
| 주요 건강 변화 | 33년 지방간 소멸, 혈압·혈당 정상화, 검은 머리 재생 |
연봉 4억 원 제안을 거절한 이유
임 소장이 정읍아산병원장 임기를 마치고 퇴직했을 때,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이 연봉 4억 원을 제시하며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월급 380만 원짜리 보건지소장 자리를 택했다.
퇴직 후 충분한 자산을 쌓아둔 덕분에 가능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빗나간다. 임 소장은 “퇴직할 때까지 집 대출금도 못 갚은 상태”였다고 직접 밝혔다. 월 380만 원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부부 생활비까지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는 “겨울이 특히 추운데 난방비 아끼느라 오들오들 떨 때면 그만둬야 하나 싶다”고도 말했다. 재능 기부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식의 서사로 단순히 읽기 어려운 지점이다.
정읍과의 인연이 시작된 배경
서울 토박이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임 소장이 처음 정읍에 발을 들인 것은 정년을 2년 앞둔 시점이었다. 병원 측에서 정읍아산병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 계기였다. 정읍아산병원은 아산재단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세운 1호 병원이다. 평생 아산에서 일해온 인연으로, 의미 있는 자리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임 소장은 밝혔다.
당초 계획은 임기가 끝나면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보지 말아야 할 걸 봐버렸다”고 그는 말한다. 그 충격적인 장면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원문 기사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뒤 정읍의 장애 발병률을 직접 찾아봤고,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임 소장은 전했다.
53세 위암 이후 끊었던 술…정읍에서 다시 시작한 ‘이 술’
임 소장은 53세에 경계성 위암 수술을 받은 날 이후로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 그런데 정읍에 정착한 뒤 특정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고, 그 무렵부터 건강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33년간 달고 살았다는 지방간이 사라졌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모두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여기에 더해 40세에 이미 완전 백발이 됐던 머리에서 정읍 생활 2년 만에 검은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버티는 게 아니고, 여기서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 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원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 특정 식품이나 음료가 지방간 개선 또는 발모에 직접적인 효능을 가진다는 의학적 인과관계는, 개인의 경험담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생활환경 전반의 변화, 규칙적인 활동 증가, 도시 스트레스 감소, 식단 변화 등 복합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문가 상담 없이 특정 음료를 건강 목적으로 과다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지방 의료 공백이라는 구조적 현실
임경수 소장의 선택은 개인적 미담으로만 읽기 어렵다. 연봉 4억 원 제안을 거절하고 월 380만 원 보건지소장을 택한 전직 대학병원 교수의 존재가 언론 보도 대상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지방 의료 인력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역으로 보여준다.
전국 농촌·도서 지역의 의사 인력 부족은 오랜 과제다. 지방 보건지소 의사 확보를 위한 처우 개선이나 제도 정비 논의가 반복되지만, 현장의 변화는 더디다. 임 소장처럼 자발적으로 지방을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 해도, 개인의 결단에 기댄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월 380만 원에 대출금을 갚고 난방비를 아끼며 버티는 현실이 제도적 지원 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지방간과 검은머리 뒤에 놓인 질문
임경수 소장이 정읍에서 마시기 시작한 ‘술’이 무엇인지, 그가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면이 무엇인지는 중앙일보 원문에서 공개하고 있다. 33년 지방간과 29년 백발 끝에 찾아온 변화의 원인이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은 개인 경험의 영역이다.
이 이야기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따로 있다. 의료 인력이 빠진 지역, 그리고 그 자리를 개인의 선택으로 메우고 있는 한 의사의 현실이다. 고부보건지소 진료실에서 80대 할머니의 가슴을 짚는 전직 ‘호랑이 교수’의 모습은 지방 의료 문제를 통계가 아닌 사람의 얼굴로 보여준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