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 속 하영에게 김구 증손자가 꺼낸 말
· 민족문제연구소, 안상호 친일 행적 4가지 확인
· 논란 본질은 ‘친일 후손’이 아닌 ‘역사 성찰 부재’
김용만 의원,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입장 밝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에 대해 공개 발언했다. 김 의원은 “선대의 과오로 하여금 주눅이 든다기보다는 ‘내가 앞으로 어떤 발걸음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역사 정의 측면에서 해석하고 행동해 주길 바란다”며 “앞으로 행동에 따라 국민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민족문제연구소도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1872~1927)의 친일·부일 협력 행적을 공식 확인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논란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하영은 12일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후 친일 행적의 성격과 범위, 그리고 후손으로서의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
김용만 의원은 “우리가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날 때 부모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도 “(친일 행적 등)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렇게 행동한다면 우리 국민은 분명히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할 정도의 역사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독립운동 가문의 후손으로서 역사적 무게를 직접 지고 있는 김 의원은 하영을 향해 “정말 책임 있는 모습,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선조의 행위가 아닌 당사자의 현재 선택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안상호 친일 행적 4가지 공식 확인
민족문제연구소는 1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안상호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연구소는 “안상호는 대한제국 관립일어학교와 도쿄 자혜의원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전문직 의사였지만,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친일·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 구분 | 행적 내용 |
|---|---|
| 추도 활동 |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처단한 이토 히로부미를 추도하기 위해 민간이 조직한 ‘국민대추도회’ 준비위원으로 참여 |
| 식민통치 기구 | 경성부 협의회원, 경성종로금융조합 조합장 등 식민통치 및 수탈기구 활동 |
| 친일단체 | 대정친목회 평의원, 동민회 회원·평의원 등 내선융화·친일단체 활동 |
| 동화주의 발언 | 매일신보 기사에서 “조선 옷은 한 벌도 없고 일본 사람과 똑같다” 등 동화주의를 내면화한 발언 확인 |
연구소가 공개한 행적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이토 히로부미 추도 활동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처단한 인물로, 그를 추도하기 위해 민간에서 조직된 국민대추도회에 안상호가 준비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은 친일 협력의 성격을 뚜렷이 보여준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친일인명사전에 실리지 않은 이유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안상호가 수록되지 않은 경위도 설명했다. 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수록 여부는 편찬위원회의 선정기준과 행위의 자발성, 적극성, 반복성, 지속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결정했다”며 “당시 연구소가 축적한 자료로는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선정기준에 미달해 수록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은 친일 행위의 단순 확인이 아닌 행위의 자발성·반복성·지속성 등 복합 기준을 적용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당시 연구소가 보유한 자료 범위에서는 안상호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연구소가 공식 입장을 발표한 만큼, 안상호의 행적은 향후 역사학계의 추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구소 “논란의 본질은 역사 성찰 부재”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정면으로 짚었다. 연구소는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배우 개인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하여 대중에게 상처를 준 ‘역사인식과 성찰 부재의 문제'”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민지 전문직 계보와 기득권 세습이라는 구조적 질문
연구소의 이 언급은 안상호 개인의 도덕적 평가를 넘어 더 넓은 역사 구조를 바라보라는 요청이다. 안상호는 대한제국 시기 관립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도쿄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였다. 식민지 체제 안에서 형성된 그 전문직 자산이 해방 이후 충분한 청산 과정 없이 후대에 이어졌는가 하는 물음이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다른 사례에서도 공개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친일파 이인직의 후손 전범선이 조상의 행적을 직접 고백하며 역사적 책임을 공론화한 사례는 후손이 선조의 과오를 어떻게 대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참고로 거론된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번 논란에서 강조하는 것 역시 개인의 비난이 아닌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사회 구조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하영의 사과와 남은 과제
하영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12일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의 증조부와 관련된 일들로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며 “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역사를 대하는 데에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 발표 이후 하영의 추가 공개 발언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용만 의원이 언급한 ‘앞으로의 행동’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구소가 강조한 구조적 성찰, 즉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기득권이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지는가 하는 질문이 이번 논란을 단순한 가십 이상으로 만드는 지점이다. 이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이후 각 당사자의 행보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처: 한겨레